23.6.12. 오전 8시 35분
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늘 지옥이다.
회사까지 거의 1시간이 걸린다.
지옥을 천국을 만드는 게 있다.
바로 오디오북이다.
자동차 블루투스와 핸드폰 앱을 연동한다.
예스24 e book 을 켜고 어제 듣던 책을 들었다.
《 모든 삶은 흐른다 》 바다와 인생이라는 주제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출근길이라 굼벵이처럼 기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 XXX 관리사무소 0XX-123-1231"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무슨 일일까?
갑자기 관리사무소에 연락처를 남겨두었던 게 생각났다.
혹시 키를 찾은 걸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내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관리사무소인데요. 혹시 차 키 잃어버리셨어요?"
"아 네.. 잃어버렸어요. T.T 한참 찾았는데 정말 감사해요. 죄송한데 제가 지금 출근 중이라 저녁 8시에 찾으러 가도 될까요?"
"네, 그렇게 그럼 전달해 놓을게요."
아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차 키를 진심으로 찾고 싶어 만다라차트를 그렸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정하고 관리사무소에 연락처를 둔 게 신의 한 수였다.
결국 주차장에서 차 키가 모르고 떨어졌고
그 걸 누군가 주어서 관리사무소에 신고한 것이다.
발 빠르게 관리사무소에 내 연락처와 분실 내용을 알려둔 게 참 다행이었고 ~ 만다르차트가 너무 예뻐 보였다. (그런데 ...)
기분 좋게 북부간선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관리사무소에서 또 전화가 왔다.
"왜 또 전화를 했을까?"
"여보세요 ~ 무슨 일시죠?"
"네 관리사무소입니다. 혹시 차 종류가 어떻게 되죠?"
"네 저는 OOO 차인데요"
"죄송해요. 그 차 키가 아니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네 이 차 키는 OOO 차이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을 했네요"
"아아아. 괜찮아요. 혹시 차 키 들어오면 꼭 좀 연락 주세요"
황당했다. 천국과 지옥을 단 5분 만에 왔다 갔다 했다. 다시 만다라차트가 미워졌다.
사람의 맘이 이렇게 간사할 수가 있을까?
휴.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며 회사에 도착했다.
가방을 뒤쪽 의자 던져놓고 책상에 앉았다.
곰곰이 생각했다.
"잃어버린지 꽤 지났는데 연락이 없는걸 보면 주자창에서 읽어버린 게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엘베는 아니니까 결국, 집이나 소지품 등 미쳐 깨닫지 못한 공간에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내가 들고 다니던
검은색 백팩 가방을 쳐다봤다.
물론 이미 이잡듯이 뒤져봤지만 없었던 가방이다.
하지만 다시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가방 윗포켓인 차 키, 에어팟, 지갑들을 넣어두는 공간을 다시 한번 손으로 음미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포켓을 더듬다가 오른쪽 구석에 구멍이 나있는 걸 발견했다. 앗!!"
구멍 사이즈는 우연이도 키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심장이 쿵꽝쿵꽝 요동쳤다.
구멍 밑 가방 하단 부분을 천천히 눌렀다.
밑바닥을 누르는 순간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크기의 느낌 바로 차 키 맞았다!
난 흥분하여 바로 가방을 거꾸로 들었다.
중력을 이용해 구멍 난 쪽으로 열쇠를 몰았다.
안 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차키의 예쁜 엉덩이가 보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허탈한 함박웃음이 나오며 어깨춤을 췄다.
이 광경을 직원들이 봤다면 분명 미친놈이라고 했으리라! 다행히 본 사람은 없었다.
더 행운인 건 1달 전에 읽어버렸던 에어팟도
그곳에 사이좋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