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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Sep 22. 2023

신비롭고 평온한 나와 너

매일 나는 너를 만난다. 새벽 5:20,  모두가 자고 있는 어둠 속에서 익숙한 알람 소리가 들린다. 눈을 비비며 물 한 잔을 마신다. 어항 옆 소파에 앉는다.

 

정확히 10분 후, 어항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면 물고기들은 빛을 보고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안다.  물고기들은 점점 내가 있는 어항 벽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든다. 나를 본다. 나도 물고기를 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잘 잤어? 나도 잘 잤어. 오늘도 새벽에 만났구나. 오늘도 고마워”


아침 인사를 하고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내 심장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쿵. 광. 쿵. 광...'. 물고기들의 심장소리도 아주 작게 들린다. '콩. 콩. 콩. 콩...'.  어느 순간 나는 물고기가 된다. 은빛 비늘 옷을 입고 작은 꼬리와 옆 지느러미를 살랑거리며 헤엄을 치는 ‘하스타투스’가 된다. 작은 내 심장은 ‘콩. 콩. 콩. 콩’ 뛴다.


느리게 퍼지는 물망물들, 수초 사이를 오가며 뛰노는  물고기 친구들, 어항 벽에 붙어 이끼를 먹는 안시…   그저 신비롭고 평온하다.


물달팽이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넨다.  몬스테라 뿌리에 붙어있는 안시 엄마에게 윙크도 한다. 이렇게 나는 어항 속 물고기가 되었고 물고기는 내가 되었다.


눈을 뜨고 어항을 바라본다. 어항 벽 바로 앞에서 유영하고 있던 ‘하스타투스’가 나를 보며 말한다.

“오늘 하루도 힘내! 우리 삶은 유한해! 잘하고 있어”


지난 10년간 물고기와 살면서 많은 물고기들의 삶과 죽음을 보았다. 모든 생물은 삶과 죽음이 있고, 인간도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사실을 매일 실감했다. 죽게 된다는 건은 어쩌면 평온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논리적인 IT 공학도로서 평범한 일상보다는 성공한 미래를 꿈꿔왔다. 하지만 물고기와 공존하는 삶을 살아오면서, ‘오늘 하루의 평범한 일상’ 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매일 아침 아이들을 차로 태워다 주며 무심한 듯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사랑해! 힘내”,  “나도 사랑해” 하며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또 다짐한다.  


“그래 오늘을 사랑해야지”. “하루하루 감사히 시작하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라고…


이것이 물고기와의 교감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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