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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Oct 20. 2023

수초 어항 만들기 대작전 3탄

수초어항 꾸미기

4자 수초 어항, 드디어 초원을 만나다 (2018.2.24.)


살아오면서 이렇게 온 정성을 다해본 적이 있었던가? 드디어 수초 어항 꾸미기 준비가 완료되었다. 참으로 오래 걸렸다.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이와구미 수초 어항을 이제 만나보자. 


수초 어항 준비물들


먼저, 수초는 잔디와 유사한 미니 헤어글라스 재팬 (Eleocharis pavulua japan)과 일반 헤어글라스(Eleocharis acicularis)를 준비했다. 미니 헤어글라스 재팬은 일반 헤어글라스보다 약 가 5배 정도 비쌌다. 이는 잔디처럼 짧고 예쁘게 자라는 특징 때문에 선호하는 수초였다.  


당시 4*4cm 사이즈에 5만 원 정도였으니, 가격이 넘사벽이었다. 이 드넓은 4자 어항을 초원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수초 가격만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다행인 건, 적절한 광량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수초 비료가 좋으면 옆으로 빠르게 번식(러너) 한다고 한다. 과연 몸값 비싼 수초가 잘 자랄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사실 나는 사막에서도 잘 산다는 산세베리아를 단방에 용궁으로 보내 버리는 똥손이기에.


둘째로, 돌이다.  돌? 강가에서 주워오면 되겠네, 돌까지 돈 주고 사야 할까?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공부를 하고 점점 작품을 보다 보니 돌의 중요성을 깨달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와구미 수초 어항에서 돌은 매우 중요했다. 돌의 질감과 모양과 형태에 따라 어항의 콘셉트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했다. 특히, 가장 큰돌 (주석)과 그다음 큰돌(부석)을 신중하게 고르고 배치하는 게 중요했다.  나는 전문 수족관에 직접 방문하여 운암석 20kg을 어렵게 구입했다.  


마지막으로, 수초 전용 소일과 수초 비료이다. 종류도 많고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일과 비료를 사용했다. 수초 전용 소일은 ADA의 아마조니아  노멀 9L, 6포  (총 54L), 수초 비료는 켈란 파워 샌드 6L, 3포 (총 18L)를 준비했다.  


수초 어항을 꾸며보자


난 미적감각이 없다. 그래서 샘플 도안을 찾아 어항 오른쪽 위에 붙이고 그대로 모방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아니던가! 



원근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어항 벽에 보드마카로 가상의 선을 그렸고 샘플 도안과 동일하게 바닥재를 채웠다. 오른쪽보다 왼쪽을, 앞쪽보다는 뒤쪽을 높게. 나는 왼쪽 뒤에 높고 기이한 산이 오른쪽으로 굽이쳐 흘러서 오른쪽 뒤편의 작은 봉우리가 보이는 풍경, 산과 봉우리 사이에는 잔디와 작은 바위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고, 하스타투스가 새처럼 활공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소일은 검은색으로 동그란 쌀알처럼 귀엽게 생겼다. 어항에 소일을 부을 때 나는 소리는 청명하다 못해 아름답다. 김혼비 작가님의  ‘아무튼, 술’ 책에서 소주 첫 잔의 소리를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다고 표현하셨는데, 나는 소일이 어항에 부을 때 나는 소리를  ‘도도도도와 두두두두’ 사이 어디쯤으로 표현하고 싶다.  도도도두두두두두… 


드디어 소일을 다 붙고, 빗자루로 살살 다듬은 후  돌을 배치했다. 돌은 가장 큰 주석과 부석을 먼저 배치하고 다른 돌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1시간 넘게, 돌덩이들과 사투를 벌였다. 영혼까지 끓어 올려, 미적감각을 모아봤지만 점점 괴상한 모양으로 변해만 갔다. 어쩔 수 없이 체력 저하로 급 마무리했다. 그래도 현재까지, 가장 정성을 들였던 어항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퇴근 후 물멍하며 많은 위로와 용기 받았던 최애 어항이었다. 다시 만나고 싶다.


물을 조금 채우다


드디어 어항에 물을 채울 시간이다. 조심스럽게 세탁실에서 호스와 연결하여 물을 채웠다.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물 나오는 호스를 어항 벽에 잘 고정해야 한다. 잘못해서 호수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거실이 물바다로 변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아 갑자기, 해수 어항 물난리가 났던 악몽이 떠올랐다.  


소일은 분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닐봉지를 소일 위에 깔고 물이 부드럽고 천천히 나오도록 해야 한다.  마치, ‘비발디 사계의 봄’처럼 살랑살랑거리며 물이 들어오게 조절하면 된다. 빈 어항에 물이 봄처럼 살랑살랑 들어오고, 소일의 공극에 머물던 기포들이 ‘뻐금’ 하고 올라가면  한없이 투명했던 어항은 차가운 물로 인해 더 투명해진다.



수초를 심어보자(모내기)


수초를 심기 전에 미리 '수초'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핀셋으로 심을 수 있도록 '최소단위'로 분리해서 유리판 위에 놓아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긴 노동이 필요한 작업이다. 다 심는데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노동이다. 


심을 때 각 수초 간의 간격과 심는 높이를 생각하며 심어야 한다. 너무 촘촘히 심으면 심을 량이 부족하고,  너무 넓게 식재하면 중간이 텅 비어 대머리가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할만하다. 하지만 점점 허리가 아파오고 점점 멘붕에 빠진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점점 무아지경에 빠진다. 무념무상의 세계로 …


물을 가득 채우다


이렇게 수초를 다 심고 나면, 이제 물을 천천히 가득 채운다. 너무 물이 쎄면 심었던 수초가 물 위로 둥둥 뜨게 된다. 뿌리가 내리고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1시간 정도 채우면 물이 가득 찬다. 다 되었다. 


이제 조심스럽게 여과기와 수초 조명 그리고 고압 이탄을 가동한다. 여과기 물이 유입되고 따뜻한 조명과 이산화탄소가 물속에 스며든다. 헤어글라스가 물방울을 머금고 반응하는 걸 볼 수 있다. 마치, 백사장에 은빛 모래가 반짝거리는 것처럼 수초 어항의 모든 생명체들은 빛을 발산한다. 이렇게 수초 어항은 우리 집 거실에 온전히 스며들었다. 


으아 ~ 처음 물을 가득 채운  4자 어항                                          , 이때가 가장 설렌다



4개월 후


4개월 후, 나는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초원을 만났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당시 나의 모습과 열정이 떠오른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기억할 수는 있고  간절히 바란다면 그 열정과 추억을 소환시킬 수 있다. 


이제 나는 다시 초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4자 수초 어항, 드디어 초원을 만나다 (201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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