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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Oct 03. 2023

전지적 물고기 시점

나는 10년 전부터 이상한 놈과 살고 있다.  새벽 05:20 정각 간만에 꿀잠 자고 있는데 거실에 불이 껴진다. 

"아 좀 자자! 누가 이 새벽부터 불을 껴고 난리야!"


그놈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단잠을 깨우는 그놈! 도대체 생각이란 게 있는 놈일까? 잠을 자야 건강하지. 왜 잠도 안 자고 일어나서 매일 나를 보러 오는 걸까?

그는 여느 인간처럼 비슷하게 생겼지만 좀 나이가 있어 보인다. 배가 나왔고, 안경이라는 물체를 쓰고 눈을 끔벅거리며 나를 매일 쳐다본다. 안경 위, 상부에 자라고 있는 갈색 수염, 젊게 보이기 위해 갈색으로 염색을 하고 파마라는 걸 한 것 같다. 딱히, 젊어 보이지도 않는데 그는 머리를 하고 집에 돌아와 내 앞에서 서서 주절댄다.

"안시야! 나 어때! 10년은 젊어 보이지 ~~~ㅋ"

아이고 착각은 자유니까. 돈이라는 종이 쪼가리를 벌기 위해 밤늦게 들어오는 네가 만족한다면 그래도 다행이네... 인간들은 왜 그 종이 쪼가리를 버느라 시간과 인생을 허비하는 모르겠다. 그냥 오늘 먹고, 싸고, 즐겁게 친구들과 놀면 되는데 말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밥 안 주나~ 배고픈데 ~ 사실 요즘 너무 힘들었다. 그놈이 무슨 두꺼운 이상한 문자와 모양들이 가득 들어있는 종이 뭉치(책)을 읽고,  나무로 된 연필과 종이를 들고 어항 벽 앞 소파에 앉아 뭘 자꾸 쓴다.  

좋다 이거야 이건 순전히 너의 취미생활이니. 근데.... 

"인간적으로 밥은 줘야 할 거 아니냐!" "생존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고발한다! 파도를"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몇 개월 동안 방치를 하다니 "나쁜 놈!!!"

지난주 인가 그놈이 정신을 차렸는지 따뜻한 눈빛으로 다가와 특유의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내 집을 어루만져 줬지. 사실 내 집은 아파트에서 감당하기에는 좀 버거운 럭셔리 사이즈야. 물론 나는 넓어서 편안하지만  '집사(파도)' 가 힘들지. 

여과 장치(똥 처리)를 청소하고, 내 똥으로 더러워진 물을 1/3 정도 빼내고, 새 물을 넣어주고,  어항 벽의 이끼 친구들을 제거해 주고, 바닥에 쌓은 네 똥도 치워주었지. 

거의 인간의 시간으로 4시간 정도 걸렸지. 그놈은 허리가 아픈지 잠시 소파에 기대어 지친 모습으로 나를 바라봤어. 아 10년 전에는 그놈도 참 젊었는데 말이지. 세월은 어쩔 수가 없네.

그러고 보니 그놈은 참 부지런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상한 놈이지 그런데 최근 내 이야기를 에세이로 써서 책으로 낸다고 떠벌리고 다닌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다.  

그놈은 공돌이로 글쓰기, 문학과 에세이라는 장르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놈인데, 어떻게 감동의 쓰나미로 독자를 사로잡을 엄청난 에세이를 쓴단 말인지. 

그것도 아무도 관심 없는 물고기, 내 이야기로 말이지.음... 하지만 그놈은 한번 하기로 한 건 이상하게 그냥 꾸준히 하더라. 신기해!  보통 인간은 작심 3일이라고 해서 조금 하다가 그만두는데 ... 그놈은 참 신기해. 머리가 좀 이상한가? 생각이 들 정도로 우직하다고 할까?  에세이 쓰기 수업도  들으며 열심히더군.


3개월 전인가는 100일 동안 매일 무슨 글이라도 써보겠다고 새벽에 와서 말하더라고. "아니 네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글을 써? 왜 쓰는데? 뭘 쓸 건데? 너 공돌이잖아?" 

그놈은 내 날카로운 질문에 아무 말 못 하고 어항만 바라봤지.  그런데 그날 눈빛이 이상했어. 다시 이상한 행동을 위한 생각을 하는 놈처럼 머리에 후광이 비쳤지.

그러더니 100일을 떡하니 매일 쓰고 이제는 에세이 책을 쓰겠다고 공표를 했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인생은 변화하고 진화하는 생물 같은 거니까...


아 참, 가끔 나도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등장할게. (나 많이 사랑해 줘. 책이 출판되어야 인세를 받고 그 돈으로 맛있는 사료를 먹을 수 있으니까~ 나도 배불리 좀 먹자.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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