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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Sep 04. 2023

나는 왜 물고기를 키우게 되었나?




10년 전 이야기


약 10년 전 딸아이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이마트에 갔었다. 이마트 지하 1층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식품 코너가 있었다. 식품 코너 오른편에는 물고기, 꽃, 식물들을 파는 수족관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자주 보게 되었다.


맞벌이를 하는 우리 가족은 주말에 한 번씩 마트에 가서 몰아서 장을 봤다. 딸아이는 마트에 갈 때마다 지하 1층 수족관에서 작고 귀여운 물고기들을 보는 걸 좋아했었다.


형형색색 귀엽게 꼬리 치는 구피, 네온사인처럼 빛을 내는 네온테트라, 어항 벽에 붙어 한시도 멈추지 않고 작은 입을 움직이는 노란 안시, 초록의 모스볼에 붙어 앙증맞게 움직이는 빨간 체리 새우 등은 딸아이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아빠 나 물고기 키우고 싶어”

딸아이는 그 큰 눈망울을 빛내며 “제발 응~”을 외쳤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애교 1단에 나는 바로 무너졌다. 맞다 나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딸바보 맞다.


“그래 우리 공주님이 키우고 싶으면 키워야지 암. 그렇고 말고 , 아빠가 다 사주마”


그날 빨간 구피 5마리, 작은 플라스틱 어항, 측면 여과기(3kw), 오색 모래, 물고 그 밥, 물갈이 약 등 마트 직원이 추천하는 제품을 한 잔뜩 사서 집에 왔다. 딸아이는 집에 돌아오는 차 속에서 물고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에 가서 오래오래 잘 살자^^”


결국, 난 그 이후로 10년 동안 물고기와 아주 오래오래 살게 되었고, 내 블로그와 유튜브 이름은 “파파물꼬기”가 되었다.



물고기 죽다


마트 직원이 하라는 대로 다했다. 다음날 퇴근하려고 하는데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큰일 났어! 구피들이 물 위에 둥둥 떠 다녀! 하얀 배가 보인다고” 딸아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도대체 왜 죽었을까? 수돗물과 어항물을 잘 배합하여 물갈이 약을 잘 투여했고, 오색 색깔 모래도 쌀 씻기보다 더 박박 세척했다.


측면 여과 장치, 기포기, 자동 온도조절 히터 등 최첨단 시스템도 완벽하게 세팅했다. (이래 봬도 나는 20년째 컴퓨터를 다루는 시스템 엔지니어란 말이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신이시여!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허겁지겁 집에 도착하니, 딸아이는 움직이지 않는 구피들을 보며 울먹이고 있었다.


“아빠, 내가 밥을 많이 줘서 그런 거야? 아니면 어디가 아픈 거야? 내가 싫은 거야?” “우리 공주님 잘못이 아니야, 친구들이 원래 좀 아팠나 봐, 용궁에 잘 갔을 거야 T.T”, “아빠가 얼렁 가서 다른 건강한 친구들을 데리고 올게. 조금만 기다릴 수 있지”


난 다시는 딸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싫었다. 나는 당시 판매했던 마트 직원에게 항의를 하기 위해 바로 달려갔다.


그런데 마트 직원은 파트타임제로 다른 분이 와 있었다. 자초지종을 말했지만 왜 죽었는지는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 직원의 눈치는 내 잘못으로 죽여놓고 왜 여기 와서 행패를 부리냐는 식이었다.


아... 지금 아쉬운 건 나다. 딸아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신속히 문제를 수습해야 했다. 나는 어쩔 수없이 다시 죽으면 안 되니 가장 건강해 보이는 구피로 달라고 굽신거리며 부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딱 3마리만 달라고 했다. 동물적인 직감으로 작은 어항에 물고기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죽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물고기 또 죽다


또 죽었다. 다시 데려온 지 일주일 만이다. 1마리가 밥을 잘 먹지 못하고 비실비실 거리다 하늘을 보며 누었다.

"아 ~ 왜 이러니 ~ " 결국 2마리도 머나먼 용궁으로 따라갔다.

딸아이는 이제 나를 외면했다. 내가 미운 것이다. 내가 물고기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아니 난 정말 억울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회사일보다도 더 열심히 물고기에 대해서 공부했다. "어떻게 하면 안 죽이고 잘 키우지? 도대체 왜 죽었을까? 매일 질문을 하는 날이 많아졌다. 점점 이렇게 나는 나도 모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물생활 이게 뭐지?


네이버에 물고기가 왜 죽을까? 검색을 하다가 "홈다리 물생활 네이버 카페"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곳은 물고기 전문가들이 모인 “지성의 산실”이었다.

이곳의 고수님들은 물고기 키우는 행위를 "물 생활"이라고 했다. 카페에 가입하여 빠르게 글들을 읽으며 내 것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 자신도 모르게 “물생활”은 점점 나의 인생에 스며들고 있었다.



물고기가 왜 죽었는지 알게 되다


이렇게 카페에 죽치고 대부분의 글들을 읽고 나니 당시 왜 물고기가 죽어나갔는지 알게 되었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무지함을 반성하며 용궁으로 간 구피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죽은 이유는 “물속에 독성 (암모니아)이 많아져서 죽은 것”이다.

왜 그럼 암모니아가 증가했는가?

어항에 물고기 밥을 주면 물고기는 밥을 먹고 똥을 싼다. 그 똥에서는 암모니아가 나온다. 이 암모니아를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물에 충분히 있어야 되는데 집에 있는 물에는 이런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물이 아직 아니었다.

이런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물은 보통 최소 1달, 보통 2달 정도는 지나야 물이 잡힌다. (물잡이라고 함)

이때 단순히 물갈이 약만 넣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시간이 지나야 되는 문제였다.

그리고 당시 구입한 측면 여과기(3kw)의 경우 스펀지 표면적이 작아 박테리아가 서식이 잘 되지 않는 구조였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마트의 물고기들의 대부분은 이미 백점병이나 기타 질병에 걸려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보통 물생활 좀 하신 고수님들은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개인 분양을 통해서 물고기를 직거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물고기 전문가



물고기와 생활한 지 약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간은 내가 무슨 짓을 하던 화살처럼 지나갔고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물고기와 함께 했다. 현재는 “하스타투스, 알풀, 안시, 음성 수초, 만자니타 유목들이 공존하는 4자 담수 어항”과 "니모 부부, 터 보스 네일, 스타 폴립 산호, 성형락 등이 살고 있는 푸른 바다 2자 해수 어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함께한 순간순간들을 유튜브,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 기록을 넘어 나의 감정과 느낌, 물생활의 기쁨 등을 표현하고 싶어 브런치에 도전했고 다행히, 특이한 경험 때문인지 많이 부족하지만 2번 만에 브런치 작가에 입성했다.



물고기는 있다, 내 삶 속에 있다



10년 동안 물고기 덕분에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주말이면 환수를 하고, 여과기 청소, 어항 벽의 이끼제거, 바닥청소와 해수어항의 스키머 청소 등을 하며 자연스레 체력을 키웠다. 저절로 부지런해졌다. 그리고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물고기 친구들을 보며 지친 삶의 위로를 받았다.


주말이면 딸아이와 함께 물고기 밥을 만들며 소중한 시간을 공유했고, 매년 봄이면 부모님 시골집에 방문하여 뒷산 "뽕나무 잎"을 채취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봤다. 돌아보면, 결국 내가 물고기를 키운 게 아니라 물고기가 나와 우리 가족을 키운 셈이었다.



물고기는 있다. 내 삶 속에 있다.






참고링크


1. 파파물꼬기 네이버 인플루언서

https://in.naver.com/papafish


2. 파파물꼬기 유튜버

https://www.youtube.com/@papafish7979


3. 파파도서관 블로그

https://blog.naver.com/library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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