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파물꼬기 Sep 12. 2023

안시는 한없이 따뜻한 남자!

안시 아빠의 부성애

안시는 한없이 따뜻한 남자!


안시의 학명은 안시스트러스 (Ancistrus sp.)이며 코스타리카 및 남아메리카 열대 우림의 깨끗한 물에서 서식한다. 입에 빨판이 달려있어 어항에 붙어있는 이끼 청소를 해주는 어항 청소부 역할을 담당한다.


안시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나는 황금색 L144를 특히 좋아한다. 그 이유는 풍수지리학적으로 황금색 물고기를 소유하면 돈이 들어온다고 하기 때문이다. 


안시롱핀은 순한 검은 눈망울과 황금색 몸, 긴 꼬리와 옆 날개, 긴 수염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움직일 때마다 하늘거리는 지느러미와 꼬리는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공주 같다.


“이 드레스를 입고 어느 파티에 가는 걸까? 나도 가고 싶다…”


안시의 성별은 확연히 구별할 수 있다. 태어난 후 약 1년~ 2년 정도 지나면 수컷의 경우 수염이 안테나처럼 자란다. 하지만 암컷은 수염이 거의 없다. 천상 여자여자하다.


<좌: 암컷 안시>                                                                               <우: 수컷 안시>


안시는 타원형의 산란상에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정자를 뿌려서 알이 수정된다. 수정된 후에 산란상을 보면 암컷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수염이 드글드글한 수컷만 철통 방어로 알들을 지킨다.


수컷 아빠는 밥도 안 먹고 아이들을 지킨다. 보통 이렇게 4~5일 동안 극진한 보호를 받아 알들은 부화하게 된다. 약육강식의 험난한 세계에서 자식을 보호하려는 안시 아빠의 사랑은 참으로 눈물겹다.


“도대체 그 좁은 산란상에서 몸도 큰 아빠가 꼼짝도 안 하고 뭘 하는 걸까?” 너무 궁금했다.  퇴근 후 모두 다 잠이 든 밤에 몰래 살펴봤다. 눈치 100단이라 조심히 다가가 핸드폰 카메라로 확대해서 겨우 봤다. 


그는 산란상 안쪽에 노란 작은 알들을 긴 수염으로 하나씩 건드리며 살피고 있었다. 긴 수염이 왜 이렇게 길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옆 지느러미로 쉬지 않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이는 산란율을 높이기 위한 아버지의 사투였다. (물 흐름을 좋게 하여 곰팡이가 생기는 걸 방지하고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산란을 유도하는 행동이라고 함)


이렇게 안시 아빠의 노력으로 4~5일이 지나면 귀여운 안시들이 꼬물꼬물 세상에 나온다. 그제야 안시 아빠는 쭉 늘어진 수염과 지친 눈빛으로 산란상에서 나와 퇴근한다. 


갓 태어난 아가들은 마치 오렌지 알갱이와 똑 닮았다. 유년 시절에 먹었던 롯데칠성에서 만들 음료수 ‘쌕쌕 오렌지’의 알갱이와도 유사하다. 사이즈와 색깔 크기 어떻게 이렇게 닮을 수 있을까? 신기하고 신비롭다.


<좌: 오렌지 알갱이>                                                                      <우: 안시 아가들 생후 1일차>


야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들은 잠을 자고 있다. 벌써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라니…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다. 퇴근하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 어항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항 속 물고기들과 몬스테라와 각종 수초들이 날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 치며 말을 건다.  



“수고했어!”



어항 뒤편 유리벽에 붙어서 청소하고 있는 안시 아빠는 퇴근도 없다. 종일 일하고 온 내 모습에 겹쳐 괜히 안쓰럽다. 아빠의 마음은 아빠가 알지. 안시 아빠에게 공감의 눈빛을 건넨다. 




이전 02화 나는 왜 물고기를 키우게 되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