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 아빠의 부성애
안시는 한없이 따뜻한 남자!
안시의 학명은 안시스트러스 (Ancistrus sp.)이며 코스타리카 및 남아메리카 열대 우림의 깨끗한 물에서 서식한다. 입에 빨판이 달려있어 어항에 붙어있는 이끼 청소를 해주는 어항 청소부 역할을 담당한다.
안시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나는 황금색 L144를 특히 좋아한다. 그 이유는 풍수지리학적으로 황금색 물고기를 소유하면 돈이 들어온다고 하기 때문이다.
안시롱핀은 순한 검은 눈망울과 황금색 몸, 긴 꼬리와 옆 날개, 긴 수염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움직일 때마다 하늘거리는 지느러미와 꼬리는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공주 같다.
“이 드레스를 입고 어느 파티에 가는 걸까? 나도 가고 싶다…”
안시의 성별은 확연히 구별할 수 있다. 태어난 후 약 1년~ 2년 정도 지나면 수컷의 경우 수염이 안테나처럼 자란다. 하지만 암컷은 수염이 거의 없다. 천상 여자여자하다.
안시는 타원형의 산란상에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정자를 뿌려서 알이 수정된다. 수정된 후에 산란상을 보면 암컷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수염이 드글드글한 수컷만 철통 방어로 알들을 지킨다.
수컷 아빠는 밥도 안 먹고 아이들을 지킨다. 보통 이렇게 4~5일 동안 극진한 보호를 받아 알들은 부화하게 된다. 약육강식의 험난한 세계에서 자식을 보호하려는 안시 아빠의 사랑은 참으로 눈물겹다.
“도대체 그 좁은 산란상에서 몸도 큰 아빠가 꼼짝도 안 하고 뭘 하는 걸까?” 너무 궁금했다. 퇴근 후 모두 다 잠이 든 밤에 몰래 살펴봤다. 눈치 100단이라 조심히 다가가 핸드폰 카메라로 확대해서 겨우 봤다.
그는 산란상 안쪽에 노란 작은 알들을 긴 수염으로 하나씩 건드리며 살피고 있었다. 긴 수염이 왜 이렇게 길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옆 지느러미로 쉬지 않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이는 산란율을 높이기 위한 아버지의 사투였다. (물 흐름을 좋게 하여 곰팡이가 생기는 걸 방지하고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산란을 유도하는 행동이라고 함)
이렇게 안시 아빠의 노력으로 4~5일이 지나면 귀여운 안시들이 꼬물꼬물 세상에 나온다. 그제야 안시 아빠는 쭉 늘어진 수염과 지친 눈빛으로 산란상에서 나와 퇴근한다.
갓 태어난 아가들은 마치 오렌지 알갱이와 똑 닮았다. 유년 시절에 먹었던 롯데칠성에서 만들 음료수 ‘쌕쌕 오렌지’의 알갱이와도 유사하다. 사이즈와 색깔 크기 어떻게 이렇게 닮을 수 있을까? 신기하고 신비롭다.
야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들은 잠을 자고 있다. 벌써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라니…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다. 퇴근하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 어항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항 속 물고기들과 몬스테라와 각종 수초들이 날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 치며 말을 건다.
“수고했어!”
어항 뒤편 유리벽에 붙어서 청소하고 있는 안시 아빠는 퇴근도 없다. 종일 일하고 온 내 모습에 겹쳐 괜히 안쓰럽다. 아빠의 마음은 아빠가 알지. 안시 아빠에게 공감의 눈빛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