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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아빠 Oct 24. 2024

출판 제의를 받다

내 심장 소리를 내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 떨리는 손을 간신히 부여잡고 메일을 확인해 보니, 그냥 단순히 투고 메일이 잘 접수되었다는 자동 답신 메일이었다. 머리 꼭대기까지 폭발할 듯 차올랐던 기대감이 빠르게 떨어지며, 몸에 힘이 죽 빠지길래 소파에 털썩 앉았다. 또 하염없는 기다림이었다.


그 기간 동안 이상하게, 전화가 자주 왔다. 처음 전화가 왔을 때는 앞선 경험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심장이 터질 듯 반응했다. 하지만 이내 "고갱님...! 이번에 저희 은행에서 우대고객..." 하는 얘기에 재차 힘만 빠졌다. 고요한 기다림에 지친 나는 투고 메일을 더 보내기로 맘먹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한 친절한 블로거가 출판사 메일 주소를 모아서 전체 공개를 해주고 있었다. 그 방대한 메일 주소 중 25개 정도를 추렸다. 나머지 출판사들은 자기 계발서적이 주력이라든지 다른 전문 분야의 책들이 주력이었다. 어차피 보내도 안 될 거 같기에 제외했다. 아침 시간 내내 메일만 발송했다.


메일을 다 발송하고 '이 중 하나는 되겠지!' 하며 보낸 메일함을 보고 뿌듯해하다가, 밀리의 서재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 책들이 떠올랐다. 밀리의 서재에서 괜찮게 읽었던 책 네 권의 출판사의 메일 주소를 찾아내서 메일 4개를 더 발송했다. 


당시에 '핸드폰을 잘 보지 않는' 습관을 가지려고 되게 노력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궁금해서 도저히 못 참겠어서 수시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보낸 게 많아서인지, 응답도 많기는 했다. 보낸 당일, 다음날까지 회신된 메일들은 대체로 '잘 받았다. 검토까지 최대 2주 정도까지 걸린다.' 하는 말들만 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중, 한 군데 출판사에서 '반기획 출판'을 제안했다. 조건부의 출판이었다. 최소한의 판매 부수를 내가 채워야 하는 조건이었다. 어차피 내가 상당수의 책을 살 생각은 있었어서 굉장히 망설여지는 제안이었다. 그 제안서를 몇 번이나 다시 읽어 보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에 문자가 띵 왔다.


'또 무슨 광고 문자이려나?' 하며 확인해 봤는데, 원고가 맘에 든다며 원고를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그 문자를 보고 나서 온몸에 전기가 통한다는 표현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추가 원고를 발송했고, 대표님은 계약을 하자고 회신을 주셨다. 그 출판사는 내가 밀리의 서재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의 출판사였다. 계약 관련해서 통화를 하자고 하셔서, 놀이터에 나가 통화를 하려는데 도무지 심장이 진정되질 않았다. 대표님과 통화를 시작하고는 더욱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대표님은 원고가 너무 재미있으며, 이 원고로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 보자고 말씀하셨다. 특별히 원고의 방향이나 콘셉트를 바꿀 필요도 없고 지금 이 느낌대로 나머지 원고를 완성해 보자고 하셨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해 온 나의 자기 계발의 시간들이 모두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외쳤다. "여보 나 출판 계약했어!!!!"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아내에게 자세한 진행 상황을 말하지 않았는데, 내 이야기를 듣고 아내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대표님과 구두로 계약을 확정 짓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오후에 원고에 관심이 있다며 한 군 데서 더 제의가 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느꼈던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는 완곡한 거절 메일만 가끔 돌아왔다. 어차피 나는 처음 회신을 주신 대표님과 구두 계약을 하고 마음을 정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그런데 가만 생각을 해 보니, 원고에 흥미가 있다며 제안을 준 두 출판사 모두, 밀리의 서재에서 내가 흥미 있게 읽었던 에세이 출판사였다. '아, 역시 내가 재미있게 읽은 에세이 출판사가 내 글과 느낌이 비슷한가 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뒤에 네 개의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면 기획출판 계약 제의를 받지 못했겠구나.' 하는 아찔한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행복했다. 이 기쁨이 이후에 있을 기쁨들을 모두 당겨 쓴 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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