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의 기다림
출판은 처음이라, 어떤 식으로 출판 과정이 진행되는지 어렴풋 알고 있을 뿐, 자세한 과정은 알지 못했다. 대표님이 다음 달쯤 출판하자고 하시기에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작가한테 별 다른 말 없이 알아서 원고가 진행이 되는 건가…?', '조용히 잘 진행 중인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슬슬 불안해졌다. 몇 번을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했다. ‘에이, 대표님이 알아서 잘해주시겠지.’ 예상했던 기한을 한 달 넘게 넘기고 나서야 참지 못하고 연락을 했다. 대표님은 책 출판이 지연되었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올해 안에는 책이 무조건 나올 거라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하셨다.
충분히 이해한다고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올해 안에는 나온다고 하니, 가족들과 연말파티를 할 때 책 출간을 축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밀리는 거야 뭐. 어쨌든 올해 안에는 나온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동안 기존의 원고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꼭지를 추가하지 않고, 그냥 하염없이 출판이 되기만을 기다려야 하니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계속 다른 원고를 쓰고 있었지만, 자꾸만 첫 책이 언제쯤이나 출판될지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며칠을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아 지는 요즘인데, 몇 달의 기다림은 참 길었다. 찬 바람이 불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빼빼로데이에 커플들이 빼빼로를 주고받고,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부모들과 학생들이 수능장 학교 앞에 가득 찼다. 보지는 않지만 연말 느낌을 물씬 내는 MAMA를 시작으로 각종 시상식들이 시작되고 있었다. 때가 되니, 예견된 이벤트들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책 소식은 잠잠했다. 본격적으로 찬 바람이 불자 내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 언제나 연락이 오려나 오매불망 대표님으로부터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이에게 연말까지는 아빠가 너를 주인공으로 책을 썼다고, 너 덕분에 아빠가 책을 쓸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올해 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핸드폰을 쳐다보며, ‘연락을 자꾸 드리면 싫어하시려나…’, ‘하지만 책이 나오기로 한 시기는 코 앞인데 아직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아무런 연락도 없는데...’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계약비를 지급받고 출판사 측에서 출판을 안 해서 엎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작가와 출판사가 점점 작업이 진행되면서 서로 의견이 완전히 틀어지는 바람에 계약이 깨지는 경우는 가끔 있다고 했다. 나는 많은 부분을 전문가인 대표님의 의견에 맞출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아직 방향 조율을 한다거나 원고를 수정하는 작업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몇 번을 글을 썼다 지웠다 하다가 대표님에게 어렵사리 연락창을 띄웠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요새 많이 바쁘시죠? 다름이 아니라, 혹시 제 책은 어떻게 진행 중인지 알 수 있을까요?”
깜빡깜빡. 적어놓은 글 옆에서 커서는 계속 깜박이고 있었다. ‘아아아… 보내자! 보내보자!!’ 눈을 꾹 감고 작성해 놓은 짧은 내용을 발송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님에게서 회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