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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과 오래오래

말보다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다정함에 대하여

by papamoon

어릴 땐,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훌륭해지진 못한 지금은 그저 좋은 사람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됩니다. 나 대신 훌륭해지신 좋은 분들 곁에서, 사람 좋은 사람으로 오래오래,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고요.


그런 마음에 닿기까지는,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지 고요히 살피는 시간들이 필요했습니다. 관계에 조심스러움이 깃들고, ‘마음을 준다’는 말의 무게를 처음으로 절감했던 것도 그즈음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작은 말투 하나, 무심한 표정 한 자락에도 마음이 오래 머물게 되고, 말보다 그 사이의 공기를 먼저 느끼게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건네는 일엔 자연스레 깊은 고민이 필요해졌습니다.


사람들과 두루 친하지는 못합니다.

모두와 어울리는 일엔 서툴렀고,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쪽에 더 익숙합니다. 북적이는 자리보다는 둘셋 마주 앉은 테이블이 더 편합니다.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고, 웃지 않아도 따뜻한 자리가 좋습니다.


그 대신, 오래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흐려져도, 그 자리에 머물던 온기는 오래 기억납니다. 멀리 있어도 마음이 흐려지지 않는 사람, 문득 떠오르면 여전히 편안한 사람. 관계는 그런 쪽으로 여물어갔습니다. 붙들지 않아도 제자리를 찾아오는 사이.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면 조용히 닿을 수 있는 사이.


예전엔 그저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내 마음을 다 보여줘야 진심 같았고, 느슨한 거리를 곧 외면이라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좋은 관계는, 말보다는 자연스러운 침묵 사이에서 자란다는 걸요. 각자의 시간을 묵묵히 살아가면서도, 작은 안부 한 줄에 마음이 물드는 사이. 그게 얼마나 귀하고 단단한 건지요.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눈부시게 각인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하루 끝에 은근하고 다정하게 떠오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

곁에 있고 싶은 사람.

오래 지내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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