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누구를 향하는가

썬더볼츠를 못봐 화가난 나의 이야기

by 파파레인저
NWC_20250407175724.png.webp 출처 : 네이버 영화


"여보 언제 와?", "여보, 어디야?"

특별한 일이 있어서 아내를 찾는 건 아니었다. 예매해둔 심야 영화 《썬더볼츠》를 보기 위함이었다. 예매 취소 가능 시간까지 5분이 남았는데, 아내는 연락이 없다. 전화를 건다. 통화 연결음만 여러 번 듣다 전화를 끊는다. 결국 영화 예매 취소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예매 취소 시간 1분 후에 전화가 걸려 온다. 전화 거절을 누르고 카톡으로 대화를 나눴다. 아내는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과 통화 중이라 못 받았다고 했다. 아내는 역까지 도착 시간을 남겼고, 어차피 영화를 볼 수 없는 시간임에 또 한 번 좌절했다. 아내가 집에 도착해 "영화 보고 와~"라고 했지만, 영화 시간이 너무 늦어 피곤할 듯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나름 쿨하게 넘어갔다 싶었지만, 이날의 언짢음이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어제 아내를 기다리며 읽은 책에 독일의 환경 교육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편하다고 생각해서 사용하는 새벽 배송과 각종 일회용품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불행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우리 환경에 대해 조금 더 신경 쓰자"라고 말을 했다. 아내도 동의를 했다. 그런데 분리수거 가능한 것들이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는 걸 보고 아내에게 한 번 더 말했다. "분리수거 제대로 하자~" 아내는 듣기 싫다는 듯 "1절만 하자~"라고 답했고, 나는 기분이 나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나보다 아내가 더 크다. 하지만 막상 행동은 전혀 다를 때가 많다. 언행불일치.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내가 자주 아내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내의 언행 불일치 보다 싫었던 건 깃털처럼 가벼운 말 때문이다. 나의 아빠는 말이 참 가볍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꼭 한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그랬다. 말이 가벼우니 갈등의 소지도 많이 생겼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아내에게서 마주하니 화가 났었다. 나 또한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할 때도 있는데 말이다. 결국 이 모든 건 아내의 잘못은 아니었다. 결혼 6년 차. 아내와 다툼이 없는 편이지만 보통 기분이 상하는 쪽은 나였다. 아마 이 또한 나의 성장 배경과도 큰 연관이 있음을 안다. 결국 우리 부부의 문제라기 보다 부자관계의 문제였다. 아내와의 감정 다툼에 '진짜 다툼이 필요한 일일까?' 내가 누구로 인해 기분이 상했는지 화살표를 자세히 보려 한다. 대부분 아내를 향하고 있지 않을 때가 많기에.


결국 부부관계에서 회복해야 할 건 아내와의 다툼이 아니라 내면의 화를 알아채는 일이었다. 어떠한 상황을 제3자의 입장으로 봤을 때는 별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불쾌함과 불안함들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마음의 소용돌이에 상대방이 들어온 거다. 결혼 초에는 화해의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몰라서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며 이제는 조금 안다. 아내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음을. 출근하며 아내에게 하트를 보낸다.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일들에 오래 시간을 끌지 말자. 서로에게 괜히 상처 주지 않으려면 내면의 화를 빨리 알아채고 진화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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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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