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전쟁의 시작

불량식품으로 부터 아이를 지키는 방법

by 파파레인저

감자고로케, 피자, 치킨, 탕수육, 돈까스... 지금은 손가락 하나로 집 앞까지 음식이 배달되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옛날은 그렇지 못했다. 배달은 커녕 사먹을 수 있는 식당도 제한적이었다. 나의 엄마는 이 모든 메뉴를 집에서 대부분 만들어주셨다. 그리고 해주시는 별미 메뉴는 다 맛있었다.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 말고는 사먹어본 적이 없으니 비교군도 없었다. 대부분 해주시는 건 다 맛있었다. 중학교에 올라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군것질을 참 많이도 팔았다. 당시 호떡 구워먹는 기계가 문방구 앞에 있었는데, 각종 간식을 사서 구워먹는 용도였다. 호떡, 쫀드기, 숏다리, 호박꿀맛나(?) 등 온갖 걸 구워먹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군것질거리를 팔기도 했다. 전기 냄비에 떡갈비를 자작하게 끓여 팔기도 했고, 닭껍질을 튀겨 기름에 쩔어있는 닭강정도 일품이었다. 학교 앞 문방구는 중딩 입맛을 사로잡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매일 아침 "엄마 500원만!!" 입에 달고 살았다.


옛날에 먹었던 간식들은 '불량식품' 또는 '추억의 간식'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지에 주로 판매된다. 학교 앞 온 세상 모든 물건과 군것질거리가 있던 문방구는 대부분 사라졌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 나면 무인 문방구나 편의점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먹을 게 넘쳐나다 못해 과하다. 진열대에 놓인 각종 과자와 젤리, 초콜릿을 보면 옛날에 먹었던 군것질거리를 '불량'이란 꼬리표를 단 건 너무하다 싶다. 정작 지금 아이들 손에 들린 젤리 하나에도 타르색소, 아스파탐, 안식향산나트륨 같은 화학 첨가물이 10개가 넘게 들어있다. 예전 문방구 아저씨가 전기 냄비에 끓여주던 떡갈비는 적어도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형형색색 예쁜 포장지 뒤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성분표를 해독해야 우리 아이 입에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무엇이 진짜 '불량'일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음식일까, 아니면 화학실험실에서나 볼 법한 성분들로 만든 음식일까? 영화 『줄리&줄리아』에서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일이야"라며,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그래서 딸에게 이유식, 유아식을 모두 직접 만들어 먹였다. 정말 감사하게도 딸은 맛있게 먹어줬고, 지금까지도 별다른 편식 없이 골고루 잘 먹는다. 축복이다. 최대한 간식도 직접 만들어 먹이고, 성분 표시를 꼼꼼히 보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어린이집 가면 아무 소용없어요..."라는 말을 자주 했다. 다른 아이들 먹는데, 우리 아이만 안 먹일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36개월을 함께하고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을 때 식단표에 있는 메뉴, 간식을 유심히 보았다. 천연 재료를 통한 식단과 간식을 제공하는 원도 있었지만, 굉장히 드물었다. 아니 없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 단체 급식을 하다 보니 부모 취향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가정에서만은 더 건강하게 먹이려 애썼다. 하지만 놀이터라는 큰 산이 있다는 걸 몰랐다.


어린이집 하원을 하면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로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여든다. 이때 가방에 간식을 조금 싸간다. 4, 5살 때까지도 가방에는 고구마 말랭이, 맛밤, 배즙, 우유 정도였다. 아마 아빠, 엄마는 알 거다. 얼마나 클린한 간식인지! 딸은 실컷 놀고 먹는 간식들은 모두 다 좋아했다.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간식을 나눠주기 전까지 말이다. 아이들이 모이면 부모들은 가방에서 간식을 조금씩 꺼내 나눠준다. 대부분 젤리, 사탕, 과자 등 우리 집에는 절대 없는 간식들이었다. 처음에는 "에헤헤..." 하면서 최소한 간식을 받았다. 가끔은 내가 받아서 버리거나, 내가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달콤한 맛을 알아버린 딸은 어느샌가 모르는 친구들이 젤리, 사탕, 과자를 먹으면 쳐다보느라 바빴다. 간식 따라 졸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음 아팠다. 아이의 시선이 간식을 향할 때, 부모의 신념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외할머니와 함께하는 날에는 집 근처 무인 판매점에서 구슬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킁킁 할머니 나 이제 감기 안 걸렸어. 구슬아이스크림 사주세요!" 아이에게 할머니는 일탈이었다.


나의 어릴 적과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옛날엔 사먹을 때가 없어서 못 먹었다면, 지금은 넘치고 넘친다. 어른도 참기 힘들 정도로 맛있는 것도 많고, 살 곳도 많다. 아이에게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건 고통이었다.

결국 모든 건 아이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했다. 슬램덩크 명대사처럼 부모는 거들 뿐이었다. 전용 간식통을 만들어 하루치 먹거리를 두었다. 아이 취향에 맞는 간식들을 채워넣고, 자유롭게 먹되 과하지 않게 먹을 수 있게 했다.『엄마는 오늘도 죄책감으로 요리한다』에서 "아이에게 음식을 줄 때는 맛보다 '출처'를 먼저 확인하라. 첨가물은 음식이 아니라 화학이다"라는 글에 밑줄을 쳤다. 값싸고, 양 많은 식재료가 아니라 좋은 재료 선택이 가장 우선이었다. 최대한 집에서 부족한 솜씨지만 요리를 했다. 이유식 할 때부터 아빠가 하는 서툰 음식을 남김없이 먹어준 딸이다. 간식을 고를 때도 똑같은 기준으로 선택했다. 단, 어린이집이나 놀이터, 여행을 가거나 할 때는 조금 자유롭게 두었다.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본격적인 간식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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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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