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

3,000명의 아이들이 가르쳐준 깨달음

by 파파레인저

4시 50분에 알람이 울린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한다.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고 한껏 스트레칭을 한 후 책상에 앉는다. 5시부터 5시 30분까지 책을 읽는다. 그리고 5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글을 쓴다. 화목토일은 밥하는 날, 월수금은 최대한 몸을 일으켜 런닝을 한다. 집 앞 공원 한 바퀴를 뛰면 얼추 2.5km 정도 된다. 이 모든 일은 아이가 기상하기 전에 이뤄진다. 아이보다 먼저 일어나는 아침이 가장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밖을 뛰다 보면 아침 출근으로 분주한 사람들을 만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른 아침에 출근을 한다. 아마 전철에도 사람들이 빼곡할 것이다. 운 좋게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꾸벅꾸벅 졸 수 있는 영광을 얻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못해 출근을 한다. 먹고살기 위함이다. 매월 꼬박꼬박 나가는 대출금과 공과금, 맛있는 음식과 놀거리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유독 목요일이면 친구들 카톡에 ’아, 내일 금요일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이유다.


그런 일상 속에서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많은 가정을 만난다. 어느 날 초등학교 1학년 학생과 상담을 하게 되었다. 아이 엄마는 푸념하듯 말했다. “아빠가 바빠요. 해외로 골프 치러 갔어요. 골프 지겨워 죽겠어…” 요즘은 골프도 업무의 연장선이니까요라는 말로 위로를 했지만, 전혀 공감하지 않는 눈치였다. 아이와도 대화를 나누었다. 가장 싫어하는 걸 말할 때 ‘아빠’라고 했다. 아이는 말을 이었다. “아빠는 맨날 해외여행 가고, 일만 하고, 골프 치고, 또 골프 쳐요. 그런데 선물은 사와요. 수염이 많아서 뽀뽀할 때가 제일 싫어요!” 온종일 아빠 이야기였다. 아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빠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리워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냥 아빠와 함께 하고 싶은 거였다.이런 모습을 보며 내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나의 직업이 참 좋다. 돈을 얼마나 버는지를 떠나서 시간이 많아서 좋다. 월요일은 학원 휴무, 화요일은 아내만 출근해서 나도 휴무다. 주 4일 근무에 오후 1시 출근이다. 오전에 충분한 시간이 있어 아이와 함께 하기 좋고, 등원도 함께할 수 있다. 아이가 아프면 학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조정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직업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형태는 아니었다. 학원 운영 초기에는 주 6일, 10시 30분부터 7시까지 근무했다. 학원 문을 오래 열고 오래 수업을 하니 수입은 훨씬 좋았다. 그런데 딸이 태어나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일도 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육아도 때가 있다. 돈은 언제든 방법을 찾으면 벌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벌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직업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하지만 육아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할 수 없다.아이와의 관계는 더욱 그렇다. 학원에서 3,000명 넘는 학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며 확신하게 된 생각이다.


아이에게 아빠가 필요하다. 정확히 말하면 아빠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는 아빠의 엉뚱함과 모험심이 필요하다. 엄마와는 다른 방식의 육아가 필요한 것이다.삶의 변곡점 중 하나가 육아라고 생각한다.내가 그랬다. 아이들을 가르친 지 10년, 학원을 운영한 지 8년을 하면서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 그런데 딸이 태어나 육아에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 작가가 되는 일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도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더 만들기 위함이다. 몸과 시간이 자유로운 직업을 원하게 되었다. 최종 목표는 초등학교 등하원과 간식을 챙겨주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근사하지 않은가? 육아 참여가 어려운 직업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할 시간만큼은 꼭 비워두고 일했으면 한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 소중한 순간을 아빠들도 꼭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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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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