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THE 태교

드랍더 비트

by 파파레인저

“태교란 따로 시간을 내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며 새 생명과 교감을 나누는 상식적이고 간단한 일상을 의미한다. 태교는 곧 매순간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이자, 나의 잃어버렸던 힘을 회복하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현아 작가 《행복은 발견》을 읽다 이 문장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그러나 임신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검색이었다. ‘태교 잘하는 법’ ‘태교 음악 추천’ ‘아빠 태교’.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태교가 좋은 부모로 가는 첫 관문처럼 느껴졌고,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꼈다. 처음 선택한 건 클래식이었다. 많은 예비 부모들이 선택하는 정석 같은 방법이었고, 모차르트 효과도 과학적으로 증명된바 있었다. 하지만 들을수록 졸렸고, 재미도 없었다. 의무처럼 틀어놓은 음악은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반면 아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땐 달랐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리듬을 탔다. 아내도 편안한 표정으로 음악에 몸을 맡겼다. 여기서 깨달았다. 남을 따라 하는 태교는 어느 순간 의무가 되지만, 부부가 함께 즐기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 에너지가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말이다.


아내에게 물어보자. “요즘 듣고 싶은 음악 있어?” 그리고 함께 들으면 된다. 태교 플레이 리스트 하나를 같이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함께’라는 행위 그 자체다.다음 아빠의 중저음이 태아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화책을 여러 권 샀다. 하지만 아내 배를 만지고 책을 읽는 행위는 어색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말을 건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책’이 중고 마켓에 많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고민 끝에 방법을 바꿨다. 출퇴근길이나 저녁 식사 중, 산책할 때 아내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억지로 만든 ‘태교 시간’보다 일상 속에서 흐르는 대화가 훨씬 진솔했다.“우리 어떤 부모가 되고 싶어?” “아이한테 가장 중요하게 가르쳐주고 싶은 게 뭐야?” 등 자연스럽게 대화가 쌓이면서 부부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지만, 부모가 먼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형식에 맞춰 태교를 하려 애쓰기보다,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을 찾는 것. 그것이 진짜 태교였다.


아내는 만삭 직전까지도 일을 했다. 학원과 집이 가까워 저녁마다 함께 산책을 했고, 그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무리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오히려 적당한 활동과 교류가 태아에게 긍정적이라고 했다.이 시기에 아내는 국가 자격증 시험 두 개를 준비했다. 임신 중인데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었을 때,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엄마도 계속 배우고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성취하는 과정에서 빛나는 아내의 눈빛을 보며 깨달았다. 태교는 무조건 조심하고 쉬는 게 아니다. 엄마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아이에게 전달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부모가 된다는 건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는 게 아니다.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엄마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 아빠가 운동을 시작하는 모습. 이런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 된다. 임신 기간 동안 한 가지 목표를 세워보자. 책 한 권 읽기, 새로운 운동 시작하기, 요리 배우기. 무엇이든 좋다. 중요한 건 ‘나도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것이다. 모든과정을 부부가 함께 공유하자. “오늘 이런 걸 배웠어”라고 말해보는 거다.


또 육아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다짐한 건 운동이었다. 아이를 안고, 업고, 달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뱃속 아이를 위해 운동을 시작한 건 내게도 큰 전환점이었다. 주말엔 아내와 함께 만보 걷기를 목표로 했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내며 부모가 되어가는 마음을 다졌다.6개월이 지나자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이가 태어난 후, 이때 쌓은 체력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임신 기간을 역산해보자. 10개월이면 충분히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다. 헬스장에 갈 필요도 없다. 매일 20분 걷기부터 시작하자. 일주일에 3번, 그것만 지켜도 출산 후 육아 체력이 확연히 달라진다. 임신 초기 아내는 단 음식을 자주 찾았다. 걱정이 되어 산부인과에서 물었다. “단 음식 자주 먹어도 괜찮을까요?” 의사의 답은 명쾌했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게 더 중요해요. 먹고 싶은 거 적당히 드세요.” 이 말에 태교의 본질이 담겨 있다. 억지로 하지 말고, 마음 편히 즐기는 것. 좋아하는 걸 하되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 무언가를 더 하는 것보다 해를 끼치지 않는 것.박진영이 한 말이 생각났다. “좋은 걸 먹으려 하기보다, 나쁜 걸 안 먹는 게 중요하다.” 태교도 마찬가지다.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강박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게 우선이다.


SNS를 보면 완벽한 태교 라이프가 넘쳐난다. 바닷가에서 애착 인형을 만들고, 부부가 함께 요가를 하는 모습들. 우리도 애착 인형 바느질 키트를 샀다. 그러나 손재주 없는 우리는 1시간도 안 되어 바늘에 찔리고 피를 봤다. 바느질을 하다 말고 외쳤다. “이건 아니야!” 다 버리려다 아이를 생각하며 고이 접어두었다. 나중에 외할머니가 그것을 완성해 오셨다. 설명서대로는 아니었지만, 그 또한 따뜻한 추억이 되었다. 온 가족이 함께 한 태교였다. 완벽한 태교를 준비하기보다 아내의 옆자리를 지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출퇴근길에 “오늘 어땠어?“라고 묻는 것, 좋아하는 카페를 같이 가는 것, 작은 꽃다발을 건네는 것. 특별한 이벤트보다 이런 일상의 관심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오늘부터 세 가지를 실천해보자. 매일 아침 “잘 잤어?“라고 물어보기. 퇴근 후 “오늘 어땠어?” 진심으로 묻고 5분 이상 경청하기. 주말에 30분 이상 함께 산책하기. 특별한 게 아니다. 하지만 이 작은 관심들이 쌓여 ‘사이 좋은 부부’가 된다. 그게 가장 좋은 태교다. 태교는 아이에게 무언가 해주는 시간이 아니다. 부모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자라가는 시간이다. 10개월을 함께 살아낸 부부는 어느 정도 준비된 부모가 된다.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연습을 통해 ‘같이 가는 사람’이 된다.


KakaoTalk_20260111_113008934_01.jpg 요 쪼고맣던 게 6살이랍니다.
KakaoTalk_20260111_113008934.jpg 세상 가장 기뻤던 순간 !!!!!
KakaoTalk_20260111_113008934_02.jpg 애착 인형 만들다 피본 날 ...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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