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손맛이 양념이다.
“어어어어어어 어머니의 된장국
담백하고 맛있는 그 음식이 그리워
그 때 그 식탁으로 돌아가고픈
어어어어어어 어머니의 된장국
담백하고 맛있는 그 음식이 그리워
잠깐의 생각만으로도 배고픈”
그냥 된장국은 맛없다. 어머니의 된장국은 맛있다. 참 신기하다. 엄마가 나눠준 된장으로 똑같이 된장국, 된장찌개를 끓이지만 맛이 다르다. ‘손맛’이 정말로 있다고 믿게 된 이유다. 사랑이 양념인 줄 몰랐다. 부엌에 관심이 많았던 큰집 장손인 나는 엄마가 요리할 때면 주변을 얼씬거렸다. 항상 엄마가 무얼 만들고 있는지, 간 볼 사람은 안 필요한지 물었다. 엄마가 만든 갓 요리를 먹으며 “음~~~!” 외쳤던 어릴 적이 떠오른다. 어른이 되어서 엄마가 만든 된장찌개 과정을 마주한 순간이 있었다. 큰 냄비에 멸치와 다시마를 한 가득 넣고 끓이고 있었다. 진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육수 큐브 하나로 엄마 손맛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오만이었다. 그리고 아낌없이 각종 양념과 재료를 넣고 가스레인지로 끓인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온 집을 휘감고도 남았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찜닭, 콩나물김치국, 김밥, 감자고로케, 두부조림, 각종 반찬 등 엄마가 해준 어릴 적 요리를 떠올리라면 수백 가지가 넘는다. 종종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지금보다 20년 젊었던 엄마가 떠오른다. 음식에 대한 추억은 타임머신과 다름없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 함께 먹은 사람들, 맛, 향… 모든 게 떠오른다. 결국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음식이 아니라 그때의 시간이었다. KBS 프로그램 <펀스토랑>에서 김규리 배우가 인터뷰한 장면에 많은 사람이 오열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엄마가 담아 놓은 김치를 먹지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고 했다. 다 먹으면 엄마의 김치는 끝인 거니까. 그리고 아버지에게 대접한 엄마 레시피의 음식을 해드렸다. 김규리 배우 아버지는 곰곰히 생각에 빠진다. 과거 엄마를 만나는 과정이다. 한 숟가락 먹고 부족한 양념과 재료를 읊으신다. 삼시세끼의 힘은 무한하다.
아이에게 삼시세끼를 직접 하게 된 이유이다. 음식은 추억이고 힘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 이유식부터, 유아식, 일반식까지 요리를 하고 있다. “원래 요리를 잘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지만, 아니다. 결혼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생각보다 요리할 일이 없었다. 살면서 내내 엄마에게 “제육볶음!”, “김치찌개! 두부 넣어서…” 메뉴를 주문하면 뚝딱 만들어주셨다. 단지 기미 과정을 거치며, 요리하는 과정을 자주 지켜봤다. 각종 양념을 잔뜩 넣어 만드는 어른들 음식과 아이 음식은 전혀 다르다. 양념을 안 해서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특히 이유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채소를 삶고, 갈아서, 큐브 형태로 얼린다. 매끼마다 다양한 채소와 고기를 넣어 만들어줬다.
그때는 몰랐다. 삼시세끼 메뉴 고민하는 일이 이리도 힘든 줄은 말이다. 가족들 음식 취향과 건강을 생각하는 수많은 고민들이 한 그릇에 다 담겨있다. 메뉴 하나에도 온 마음이 들어간다. 가끔은 메뉴 고민이 중노동 같기도 하다. 내가 먹어본 음식 안에서 메뉴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어릴 적 엄마가 해준 음식을 떠올리며 메뉴를 생각해본다. 이마저도 아이가 어리니 안 되는 메뉴들이 많다. 종종 똥손(?) 아내에게 메뉴를 묻거나 하면 “그냥 간단하게 먹자~”라고 하거나 “아무거나~” 또는 “냉장고에 있는 거”라고 답해 열 받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있을까. 그럼에도 아이가 크면 클수록 함께 먹는 음식이 많아지면서 요리가 수월해졌다. 평소보다 간을 조금 덜한 상태에서 요리를 마무리한다. 아이 덕분에 부모도 건강해진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대부분 요리는 아내이자 엄마의 몫이 된다. 일과 육아 그리고 요리라는 중노동까지 맡으려면 몸이 축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가족의 배고픔을 책임져야 한다. 반대로 시간은 있지만 요리를 못하는 부모들도 있다. 바로, 우리 아내다. (아내는 아니라고 한다.) 연애 시절 아내가 자취방에서 밥을 차려준 적이 있다. 7, 8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난다. 바짝 마른 계란찜과 양파 참치볶음 그리고 밥. 도저히 맛있다고 할 수 없는 메뉴였다. 그냥 웃었다. 유튜브에서 한 강연자가 맞벌이 부모에게 딱 3가지 음식만 반복적으로 하라고 메뉴를 추천했다. 아이들 누구나 좋아하는 갈비찜, 비 오는 날 제격인 감자전 또는 김치전, 그리고 제철과일(이것도 요리!?). 강연자는 항상 바빴던 엄마가 갈비찜, 전, 과일은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얼마나 갈비찜을 먹었는지 지금도 먹을 때마다 생각난다고. 오늘도 삼시세끼를 만들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길 소망한다. 하늘이 무너질 듯 힘든 순간에 아빠가 만들어준 요리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한 그릇 뚝딱하고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음식으로 사랑을 전하는 일, 그게 내가 아빠가 되어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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