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취미는 독서와 음악듣기 입니다만..."
학원에는 다양한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다. 영재원, 과학고,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 등 각 분야에서 날고 긴다는 아이들이 줄지어 상담을 온다. 학습적인 실력은 이미 상위권에 도달해 있고, 관심 분야도 뚜렷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이들 중 상당수가 면접을 극도로 어려워한다. 문제는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공부는 잘하는데, 정작 ‘나’를 말하는 법을 모른다. 자신이 살아온 일상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다. 아무리 높은 수준의 문제를 풀어도, 자신의 하루를 설명하지 못하면 면접은 어렵다. 결국 면접 준비의 핵심은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런 감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작은 일에도 질문을 던지고, 깨달음을 찾고,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식사 중 실수로 접시를 깨트렸다고 해보자. 많은 아이들은 이를 단순히 ‘접시 깬 날’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그 사건에서 ‘식사를 할 때는 주변을 더 살펴야 한다’, ‘실수했을 때 바로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의미를 찾아낸다. 똑같은 경험인데, 그 경험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면접이 강한 아이들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의미를 찾는 훈련이 되어 있다. 반대로 면접이 어려운 아이들은 하루를 그저 ‘반복되는 하루’라고 생각한다. 특별하지 않고,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할 게 없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말할 게 없는 일상이 아니라, 일상 속 의미를 발견하는 감각의 부재다. 일상이 쌓여 또 다른 내가 된다. 반복되는 하루를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내면, 결국 아무 깨달음 없는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모여 아무 말 못하는 아이가 된다. 하루를 어떻게 의미있게 보내느냐는 어릴 때일수록 빨리 배워야 한다. 면접은 아이가 살아온 날들의 총합을 묻는 자리기 때문이다.
면접 준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일기 쓰기다. 일기는 백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일기는 단순 기록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를 듣는 도구’다. 그런데 아이들이 쓰는 대부분의 일기는 숙제다. 부모가 검토하고, 선생님이 검사하면, 그건 더 이상 일기가 아니다. 일기의 본질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에 속마음을 솔직하게 써내려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미와 깨달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일기는 쓰다 보면 깨달음이 생긴다. 오늘의 감정, 오늘의 실수, 오늘의 배움, 오늘 느낀 작고 큰 변화들을 종이에 쏟아내다 보면 어느 순간 ‘아, 그래서 내가 이런 성향이구나’, ‘그래서 이 상황에서 내가 힘들었구나’ 같은 자기 이해가 생긴다. 자기 이해는 곧 자기 표현으로 이어지고, 자기 표현은 면접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문제는 요즘 아이들이 글쓰기 경험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긴 글을 읽고 쓰는 경험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언어로 바꾸는 걸 어렵게 느낀다.
옛날에는 ‘교환일기’라는 문화가 있었다. 친구들과 감정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저자인 나는 군대에서 일기를 진지하게 시작했다. 수양록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건 선임과 간부들이 신병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한 일기였다. 하지만 그걸 쓰다가 진짜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PX에서 공책을 사서 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막막한 군생활, 미래에 대한 불안, 그날그날 힘들었던 감정,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털어놓을 수 없었던 마음들을 매일 써냈다. 일기는 내게 큰 버팀목이 되었다. 1년 11개월 동안 총 여덟 권의 일기를 썼다. 그 일기 때문에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있었고, 내 진짜 관심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평소 말하기 습관이다. 우리의 말하기는 일상 속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생각을 말하는 기회는 사실 일상에 넘쳐난다. 친구들과 놀 장소를 정할 때, 메뉴를 고를 때, 의견을 나눌 때. 이때 ‘그냥 아무거나’ 하고 넘기지 않고, 내 생각을 말해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왜 그 장소가 좋은지’, ‘왜 그 메뉴를 먹고 싶은지’, ‘왜 내 제안이 더 좋은 선택인지’ 설명해보는 과정은 면접 연습과 똑같다. 놀랍게도 아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상대는 친구들이다. 친구들은 논리보다는 감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훈련 상대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최고의 스피치 연습장이다.
면접에서 자기주장을 못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처럼 삶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인다. 사건이 발생해도 해석하지 않고, 생각이 떠올라도 잡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설명할 내용이 없다. 그런데 면접은 결국 자기 삶을 말하는 자리다. 자신을 모르는 아이는 좋은 답을 할 수 없다. 지어낸 자소설은 면접관 앞에서 금세 드러난다. 요즘처럼 사교육이 과도하게 발달한 시대에는 오히려 ‘나다운 답’이 더욱 가치 있다. 면접에서 감동을 주는 답변은 정답이 아니라 진짜다. 그래서 평소에 자신을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중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마인드맵이다. 마인드맵은 나라는 사람을 시각적으로 정리하는 도구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하는 것,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 삶에 큰 사건들,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무서웠던 순간 등을 써 내려가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윤곽이 명확해진다. 학습적인 부분은 이미 완성된 아이들이 많다. 문제는 ‘나’에 대한 질문이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넌 왜 이 학교에 오고 싶은가?”, “넌 어떤 순간에 가장 성장했는가?”, “넌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넌 네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나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면접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날들이 합쳐져 나오는 시간이다. 그래서 평소 일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 면접 준비의 핵심이다. 아이가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추고, “왜 이런 일이 있었지?”, “왜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지?”, “만약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아이의 면접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의미를 찾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면접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훈련이고, 습관이고, 태도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화려한 모의면접이 아니라, 아이가 보내는 평범한 하루다. 하루를 대충 흘려보내는 아이와 하루를 의미 있게 해석하는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엄청난 격차가 된다. 면접의 진짜 준비는 오늘을 의미 있게 사는 아이로 자라는 과정이다. 하루의 작은 사건 하나에서도 질문하고, 깨닫고, 느끼고, 정리하는 아이가 면접에서 강해진다. 결국 면접은 ‘잘 말하는 시험’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시험이다. 그리고 그 태도는 일상 속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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