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자는 아이들

너는 누구니???

by 파파레인저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오히려 더 바빠진다.

방학은 ‘학교 수업이 잠시 멈추는 시간’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요즘 아이들의 방학은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바뀐 지 오래다.

스피치, 영어, 국어 논술, 스키 캠프까지.

방학은 다양한 특강들로 오전 시간부터 가득 채워진다.

운영하는 스피치 학원 역시 여름, 겨울 방학이 되면 분주해진다.

학교가 잠시 멈춘 사이, 학원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아이들이 오히려 “학교 다닐 때가 더 낫다”고 말할 정도다.

방학이란 말만 들으면 가슴이 뛰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이토록 바쁜 방학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학원을 등록하는 부모는 없다.

등록이란 ‘수업료’가 발생하는 투자이고, 인풋이 있다면 아웃풋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아웃풋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유는 ‘동기 부여’다.

요즘은 “이거 하면 이거 해줄게”라는 물질적 보상 방식이 흔하다.

하지만 넘치는 보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오히려 보상이 힘을 잃어버린 시대 속에 살고 있다.


부모는 왜 이렇게 아이를 바쁘게 만드는 걸까? 《부모로 산다는 것》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는 불안감에 휩싸여,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에 대비하느라 아이를 혹사시킨다.”

정확한 진단이다. 부모는 아이를 괴롭히고 싶은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언젠가 아이가 더 큰 고통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멈춰 서는 아이들도 있다.

학원에서 4년간 함께한 한 아이는, 방학이 되면 일정을 확 줄인다.

평소에는 여느 아이들처럼 학교학원과목 수업운동의 일상을 살지만,

방학에는 ‘동면’에 들어간다. 그 시간 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활동에 몰입한다.

학원이 아닌, 스스로 짠 스케줄대로 움직이며 컨디션을 조절한다.

방학이 끝난 후 그 아이의 얼굴엔 ‘방학 잘 보냈다’는 말이 쓰여 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한 번 흔들었고, 지금은 AI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교육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방식은 바뀌지 않았고,

‘더 많이, 더 빠르게’만이 목표가 된 시대다.

나는 부모이자 스피치 강사로서 매 순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떤 교육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 그 질문 끝에 도달한 답은 하나였다.

‘내면을 마주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것.

공부보다 앞서,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를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아실현을 성인이 되어서야 시작한다.

학업에 치이고, 일정에 쫓기느라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할 겨를도 없이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원하는 걸 느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건 부모의 ‘관심’과 아이의 ‘성찰’이 함께할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흔히 본질을 놓치고 산다. 천지개벽할 만큼 세상은 바뀌었지만,

‘나를 아는 힘’이라는 본질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막연한 불안 속에서, 아이들에게 그저 무작정 더 많은 걸 시키는 건 이제 멈춰야 한다.

지금 아이가 누구인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그걸 묻고, 들어주는 것.

그게 바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교육’이다.


부모가 흔들리면 아이도 흔들린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아이에게 ‘쉼’과 ‘성찰’의 시간을 허락해 주자. 그리고 말하자.


“너는 누구니?”


재충전의 시간 동면
꽃 피우는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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