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서툰 부모들

부모는 아이에게 평생 스승이다.

by 파파레인저


스피치 교육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필수'는 아니다. 말하기가 불편하지 않고, 표현에 막힘이 없고, 관계 맺기도 자연스럽다면 굳이 학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 스피치 교육은 수십 가지 기술을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과 생각을 연결하는 실전형 기술이다. 그러므로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이번 장에서는 그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학원 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는 학생들을 만난다. 발표가 어려운 아이, 지나치게 내성적인 아이, 발음과 발성이 약한 아이, 말이 너무 센 아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 이들은 모두 표현 방식이 다르고 문제의 원인도 다양하다. 특히 ‘표현 없음’은 아이마다 사연이 다르고, ‘표현 과함’은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는 상담을 하면서 늘 느낀다. 정말로 스피치 교육이 필수인 아이들은 따로 있다는 것을. 그 아이들은 바로 부모가 표현이 서툰 아이들이다.


많은 부모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아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부모 때문이라고요?” 그러나 이것은 누군가의 잘못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언어적 환경을 이해하는 문제다. 아이가 처음 만나는 선생님은 아빠와 엄마다. 태어나서 가장 오래 마주하는 사람도 부모고, 가장 많은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도 부모다. 아이는 부모의 얼굴 표정, 말투, 억양, 감정 표현, 말의 개수, 말하는 방식, 갈등 대처 방법까지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다. 생긴 모습만 닮는 게 아니라, 표현 방식과 감정 다루는 법까지 닮는다. 표현이 서툰 부모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말 안 해도 다 알지 않나?”, “사랑하니까 알겠지”, “우리 집은 원래 말이 없어.” 이 말이 성인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아이는 표현을 봐야 배우고, 표현을 들어야 이해하고, 표현을 반복해야 성장한다.


아이는 부모의 입을 보고 말하는 법을 배운다. 부모가 말하지 않으면 아이도 말하지 않는다. 부모가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이도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부모가 묵묵하면 아이도 침묵을 선택한다. 아이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말 없음의 원인은 사실 가정 대화 환경의 부족이다. 부모가 말수가 적고,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며,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하루 일과를 공유하지 않는 집에서는 당연히 아이도 말하기 어렵다. 아이는 말할 수 있는 모델을 잃는다. 말수 적은 부모들의 일상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아침 준비는 대부분 지시형 대화로 이루어진다. “양치해라”, “가방 챙겨”, “밥 먹어.” 아이의 대답은 “응”, “어”, “알았어”밖에 없다. 말 자체가 짧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아이가 부모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바로 훈육이 이어진다. “왜 안 해?”, “몇 번 말해야 하니?” 아이는 한 번 혼나고 등교 준비를 마친다. 하교 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학원 일정에 쫓기고, 숙제가 많고, 하루 일정이 빽빽하다 보니 대화는 대부분 ‘확인형’으로 이루어진다. “숙제 했어?”, “학원 준비했니?”, “학교에서 뭐 있었어?”, “공부했니?” 이런 질문은 아이에게 대답할 마음을 꺾는다. 내용이 없고 마음을 담을 공간도 없다. 아이는 몇 번 대답하다가 결국 무의미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냥”, “아무 일 없어”, “몰라” 같은 말로 대신한다. 부모도 답답하고 아이도 답답하고 대화는 점점 사라진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이다. 부모가 밥 먹으면서, 대기 시간에, 짬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보게 되면 아이와의 대화가 끊긴다. 아이는 말을 하고 싶다가도 “아빠가 집중 안 하는구나”, “엄마가 듣지 않는구나”라고 학습한다. 그 결과 아이의 언어는 줄어든다. 아이의 말은 자극이 있을 때 자라고, 반응이 있을 때 확장된다. 부모의 침묵은 아이의 침묵을 만든다. 평소에 말을 적게 하는 아이들은 갈등 상황에서 더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와 다툼이 생기면 말로 풀지 못하고, 작은 자극에도 눈물을 흘리거나, 화를 내거나, 행동으로 표현한다. 선생님들도 이런 아이들을 보면 종종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왜 친구한테 말로 말하지 못했니?”, “왜 울었니?”, “왜 때렸니?” 그리고 집에서 부모는 다시 묻는다. “그것도 말을 못 해?”, “도대체 왜 말 안 했어?” 아이는 말할 곳이 없다. 선생님에게도 혼나고 집에서도 혼난다. 그 순간부터 아이 마음에는 ‘표현의 두려움’이 자란다. “말하면 혼나”, “말하면 상황이 더 커져”, “내가 표현하면 사람들은 나를 나무랄 거야.” 이렇게 마음이 한 번 꺾이면 아이는 영영 말하기 어려운 아이가 된다. 하지만 이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표현을 배워본 적 없는 아이가 표현을 잘할 수 있을까? 부모와 함께 고쳐야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부모를 자주 만난다. “원래 말이 없는 애예요”, “어릴 때부터 조용했어요”, “성격이에요.” 물론 성격도 영향을 준다. 그러나 성격을 핑계로 삼으면 아이는 변할 기회를 잃는다. 스피치 학원도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고, 선생님도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부모는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바뀌어야 할까? 당연히 부모다. 부모가 표현을 연습해야 아이도 표현한다!


첫 번째 변화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많이 나눈다. 대화는 진지한 이야기, 교육적 이야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대화의 대부분은 시시콜콜함에서 시작된다. 하루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 본 장면이 왜 인상 깊었는지. 이런 이야기들이 쌓여야 깊은 대화가 시작된다. 아이에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시도하면 처음엔 반응이 없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자신의 일상을 들려주면 아이는 어느 순간 반응한다. 부모의 하루가 궁금해지고, 부모의 감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때 대화의 물고가 열린다. 두 번째 변화는 가족과 함께하는 경험을 늘린다. 함께 경험하지 않으면 대화도 줄어든다. 대화는 공통 경험에서 시작된다. 공원 산책, 박물관, 영화, 여행 등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대화의 재료가 된다. 부모가 싫어하는 장소도 가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느끼는 감정이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관계는 깊어진다. 세 번째 변화는 가족 문화를 만든다. 가족만의 가훈, 가족 회의, 가족 구호 같은 작은 의식들이 대화를 살린다. 잠자기 전 감사한 일 한 가지씩 말하는 습관도 좋다. 이런 의식들이 쌓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말하는 아이가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 아무리 스피치 학원에 보내도 집에서 대화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아이가 표현력이 약하고, 말이 적고, 감정을 잘 말하지 못한다면 부모가 먼저 대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부모가 먼저 말을 걸고, 먼저 표현하고, 먼저 감정을 언어로 만들 때 아이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아이가 된다. 만약 이 과정이 어렵다면 스피치 학원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배울 때 가장 빠르게 변화한다. 아이의 평생 선생님은 결국 부모다. 부모의 변화가 아이의 변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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