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 열매를 탐하지 않는 마음으로

묵묵히 나의 길을 갑니다.

by 파파레인저

작년 9월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의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 주제는 지금 나의 닉네임이기도 한 ‘파파레인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아빠는 아니지만, 아빠라는 역할 앞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원고가 한 편 두 편 쌓일수록 마음 한구석에 ‘기대’라는 욕심이 슬그머니 자라났다. 내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이는 상상,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독자들과 만나는 달콤한 상상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렇게 기획한 40개의 목차를 모두 채우고 나니 A4 용지 80장 분량의 결과물이 나왔다. 뿌듯함이 밀려왔고, 곧 책이 세상에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작 인쇄된 초고를 다시 읽어본 순간, 나는 참담함을 느꼈다. 헤밍웨이는 말했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나는 두 달 반 동안 정성껏 쓰레기를 모으고 있었던 셈이다.


초고를 다듬는 퇴고의 시간은 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퇴고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이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문장에 영혼이 깃든다”고 했다. 원고를 읽고 또 읽으며 글자를 깎아냈다. 어제 괜찮아 보였던 문장이 오늘 보면 다시 쓰레기가 되어 있었다. 어떤 날은 내 글이 너무 꼴보기 싫어 며칠씩 원고를 덮어두기도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고쳐야 만족스러운 글이 나올까? 내 만족이 출판사의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질문 속에서 마음은 한없이 조급해졌다.


그때 고대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의 한 구절이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그 성패에는 신경을 쓰지 말라. 결코 행동의 열매를 탐내지 말라. 일이 잘되든 안 되든 늘 침착함을 유지하라.” 문득 깨달았다. 결과는 내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쓰고 고치는 행위 그 자체뿐이었다. ‘나’라는 존재를 결과가 아닌 과정 안에 두기로 하자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 과정이 전부라고 생각하니 투고의 시간도 견딜만했다. 간절함을 담아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예상대로 거절 메일들이 쌓여갔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나는 평생 글을 쓰며 살 사람이고, 이 거절 또한 과정의 일부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투고는 진행 중이다. 감사하게도 긍정적인 검토 의견을 보내온 곳들이 생겨났고, ‘과연 이게 될까?’ 싶었던 상상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투고와 병행하며 어느덧 스피치 관련 책의 다음 초고를 써 내려간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길을 걷기만 하면 된다. 성패는 내 몫이 아니며 내가 결정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일이 잘되든 안 되든 묵묵히 나의 일을 지속해 나가는 힘이다. ‘결코 행동의 열매를 탐하지 말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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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파파레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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