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잃어 버리지 않은 한 문장

나답게 살기 위해서

by 파파레인저

군 시절, 정훈병으로 복무하며 부대 내 반입 도서의 보안성 검토를 담당했다. 여느 때처럼 책장을 넘기던 중 눈길을 붙잡는 문장 하나를 발견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이 하는 일을 믿으면 결국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끝까지 남아 있을 수 있다.” 출처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문장만큼은 반드시 곁에 두고 싶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자로 카드 사이즈를 재고, 한글 파일에 표를 만들어 문장을 정성껏 타이핑했다. “자기 자신을 낮추는 데 주저하지 마라”는 문장까지 더해 인쇄한 뒤 코팅까지 마쳤다. 그 작은 카드는 부대 이동과 전역, 결혼과 세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도 잃어버리지 않은 내 삶의 이정표가 되었다.


스무 살부터 서른아홉이 된 지금까지, 나는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타인이 시키는 일이 아닌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었다. 4년간의 개그맨 도전이 그랬고, 2개월간의 스쿠터 전국일주와 쇼핑호스트 준비생 시절이 그랬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지만 성과는 늘 미비했다. 좌절과 절망의 터널을 지날 때마다 나를 괴롭혔던 건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하니 결과 또한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게 가장 부족했던 것은 실력이 아니라, 나를 믿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꾸준함’의 근육이었다.


키즈스피치 학원을 8년째 운영하며 비로소 깨달았다. 목표 지점에 닿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재료는 결국 꾸준함이라는 사실을. 처음 학원 교재를 만들 때도 그랬다. 막막함에 시중의 모든 스피치 책을 훑으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녹이고 동료들과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지금 아이들이 가장 즐겁게 배우는 우리만의 교재가 탄생했다. “이게 정말 될까?” 싶던 의구심을 꾸준한 행동으로 눌러버리자, 완성도라는 결과물이 따라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교재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은 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학원 일을 하며 나는 또 하나의 ‘나답게 사는 법’을 찾았다. 바로 글쓰기다.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빛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게 책이 될까’라는 걱정 대신 ‘쓰는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초고를 쓰며 수차례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꾸준함의 기술》 저자가 말했듯,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나는 출판 투고라는 새로운 파도를 넘으며 ‘작가’라는 꿈을 향해 나아간다. 스무 살의 내가 간절히 바랐던 ‘나답게 사는 삶’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평생 나를 모른 채 살아가는 이들도 많지 않은가. 나를 찾는 여정은 평생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나의 미션이다.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코팅 잘했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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