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만에 만나는 새로운 나

세신에 대한 고찰

by 파파레인저

딸과 함께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을 보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장수탕’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세신사 아주머니가 부르는 노래 가사가 압권이었다. “십오 분, 딱 십오 분 만에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돼. 전신 마사지 한 번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지. 내가 정복하지 못할 때란 없어!” 세신사로서의 자부심이 뿜어져 나오는 그 기세에 눌려, 주인공 덕지는 엄마 뒤로 도망을 친다. 요즘 아이들은 목욕탕 세대가 아니다. 집마다 욕조가 있고, 샤워 문화가 발달한 데다 때밀이가 피부에 자극적이라는 사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세대에게 목욕탕은 주말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의무적으로 들러야 했던 추억의 공간이다.


어린 시절 목욕탕 한편을 차지한 세신사 아저씨의 포스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강렬한 색상의 속옷만 입고 거침없이 때를 미는 아저씨의 모습은 낯설었고, 홀딱 벗은 몸을 모르는 이에게 맡기는 일은 어린 마음에도 큰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목욕비보다 두세 배는 비싼 세신 비용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한동안 세신을 받은 적이 없었다. 아니, 목욕탕 자체를 갈 일이 드물었다. 그러다 결혼 후 처가댁 근처의 온천을 다니며 비로소 세신의 세계에 입문했다. 장인어른을 따라 새벽 6시에 온천으로 향한다. 그리고 1년에 두어 번 큰맘 먹고 세신을 받는다. 비용은 3만 원. 여전히 입욕료보다 비싼 금액이지만, 이제는 그 가치를 안다. 턱 끝부터 발뒤꿈치까지 구석구석을 관리해 주는 꼼꼼함과 세신사의 묵직한 손길이 주는 시원함을 맛보고 나면, 이 가격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당연한 이치를 아는 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상의 모든 때여, 나에게로 오라!”는 외침처럼, 세상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때’가 있다. 어린 시절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세신이 시간이 흘러 기다려지는 서비스가 된 것처럼 말이다. 비단 목욕탕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살다 보면 지나간 ‘때’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일이 참 많다. 학교 다닐 때 더 많이 놀걸, 젊을 때 운동 좀 해둘걸, 연애할 때 여행 더 많이 다닐걸. 모든 후회는 항상 그 ‘때’가 지나고 나서야 고개를 든다. 지금 이 순간 역시 시간이 흐르면 사무치게 그리워할 그 ‘때’다. 결국 지금을 충분히 즐기고 만끽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를 위한 일을 찾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일.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일들을 미루지 말고 해내야 한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수탕 선녀님 ~ ~
검정 고무줄의 옷장 키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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