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서핑 일지

나는 커리어 서퍼(Career Surfer)이다.

by 파파라파랑


비유적으로 나는 이런저런 커리어라는 파도를 타는 서퍼의 삶을 살아왔다.


실제 서핑은 아직 초보다.


학교를 졸업하고 현실에 쫓기듯 입사했던 첫 회사는 시골에 있는 작은 사이니지 업체였다.

공공 디자인 분야의 청년 인턴십 사업 참여기업이었다.

학생 때부터 공공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입사를 결정했고,

나는 그렇게 시골에 있는 동네

간판 회사의 사인 디자이너가 되었다.


공장 위에 있는 사무실


1년 반이 되었을 무렵, 이곳에선 내가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사실은 그전부터 이미 깨달았었다.

주변 거래처로부터 하청을 받아오는 작은 업체였고, 디자인보다는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재단을 하다가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한번 들어간 곳에서 일은 제대로 배우고 나오자는 마인드였던 당시의 나는

관련 자격증도 따며 열심히 일하고 떠났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사이니지 회사로 이직을 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원청을 받기도 하고, 사인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제안하기도 하는 이른바 '전형적인 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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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때가 꿀 빠는 인생이었다.


그곳에서 나의 전공이었던 브랜드 경험 디자인에 흥미가 생김과 동시에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재직 중에도 관련 자격증을 따고, 공모전에 나가 수상도 하였으나, 브랜딩에 대한 본질적인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2년 근속 기간을 마친 뒤 다른 파도를 타기 위해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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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준비를 위해 공유 오피스로 출근했던 시절


포트폴리오에 실을 작업물이 학생작뿐이라, 부랴부랴 개인 프로젝트 작업으로 채워나갔다.

그리고 운 좋게 사인디자인 경력을 살려 오프라인 팀 브랜드 디자이너로 광고대행사에 다니게 되었다.


초반에는 업무가 너무 즐거웠고, 회사의 규모나 연봉이 이전 회사에 비해 높아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갈수록 잦아지는 야근과 업무독박,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의 경계에 서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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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느라 회사에 홀로 남겨지기 일쑤였던 나

결정적으로 당시 나의 팀장님이 계셨는데, 그는 나의 10년~20년 뒤 모습을 대변해 주는 듯하였다.

디자인 실력이 수준급 임에도,

사무실에 박혀 야근하며 몸도 마음도 병들어가는 월급쟁이의 삶은

내가 상상했던 나의 미래 모습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진짜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해외구매대행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튜브를 보며 연습 삼아 스토어를 개설했고, 상품을 1개 등록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상품이 팔렸다.

띠롱

이거다 싶었다.

등록만 하고 방치를 해뒀는데도 팔리는 것을 보니,

내가 마음먹고 사업에 뛰어들기만 하면 대박을 터뜨릴 것 같았다.

회사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던 나는 근속 1년을 채우자마자 기다렸단 듯 퇴사한 뒤 사업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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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센터에서 사무실을 예약해서 썼었던 시절


막상 뛰어든 해외구매대행 사업은 내가 하던 일과 너무 다른 성격이었다.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하게 되는 온라인 단순노동이었다.

단순 반복작업에 조금씩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만큼 매출은 오르겠지만,

초반이라 시간 및 노동력 투입 대비 매출이 너무 저조했다.


수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나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생활비를 메꿔야 했다.

그래서 집 근처 식당의 저녁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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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현타가 많이 왔던 직장


그러던 중, 식당으로부터 정직원 제안을 받았다.

시간관리만 잘한다면 낮에는 온라인 사업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승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근로 노동을 하고 나서 집에 오면 새벽이었고, 지쳐 잠들었다가 다음날 출근시간 때쯤 일어나기 일쑤였다.



나다운 일을 하고 싶다.


어느 순간부턴가 내 목표와 수단이 주객전도가 되어버렸다.

사업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식당 일이라는 부업을 시작한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부업을 본업의 자리에 앉혀둔 채 살고 있었다.


내 인생을 바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출근 전, 강의를 듣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31brand 연기우 대표님의 강의


그리고 무료 홈페이지 제작 프로젝트를 시행했고, 의뢰를 몇 건 받게 되었다.

이것이 본업의 진짜 시작이었다.

이와 동시에, 식당 일이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식당 일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가 디지털 노마드로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수입 활동이 필요하다.

다음 아르바이트를 구하게 될 땐, 이번처럼 주객전도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잘 맞춰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어서 빨리 나도 자리를 잡고 나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날의 글을 어서 쓰고 싶다.




파도는 곧 올 거야,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