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대표님

by 파파라파랑

퇴사를 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해외구매대행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생애처음으로 사업자등록번호라는 것도 가지게 되었지요.


본격적으로 스토어를 운영하기 시작하고,

광고전화를 수백 통 가까이 받았습니다.

주로,


"대표님, 좋은 기회가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와 같은 광고 목적의 전화였으므로, 거절의사를 밝히며 끊고는 했지요.

그래도 대표님이라는 호칭만큼은 기분을 들뜨게 해 주더라고요.


저 혼자만 운영하는 스토어였을 뿐이지만,

대표라는 책임감으로 열심히 운영해 나갔습니다.

제가 스스로 상품을 소싱해서, 판매를 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지요.

회사에서 하라는 일만 하던 제가, 갑자기 대표가 되어 스토어를 운영한다니요.


초반엔 상품 등록과 같이,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업무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상품의 개수가 스토어에 쌓여갈수록, 주문 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지요.


주문이 들어오면, 저는 중국에 있는 판매자에게 주문을 했습니다.

중국 판매자가 보내주는 제품의 상태는

중국에 있는 한국 배송대행지가 대신 체크해 주었으므로,

불량으로 인해 겪을 문제는 없을 것 같았지요.

하지만 문제는 중국 판매자였습니다.


하루는 배송대행지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 판매자가 파손된 제품을 보냈다는 겁니다.

파손된 채로 한국에 들여올 수는 없었지요.


그 말을 전해 들은 직후, 중국 판매자에게 연락했습니다.

불량품을 받았으므로, 교환해 달라고 요구했지요.


하지만 그 판매자는 저와 입장이 달랐습니다.

본드로 붙이면 붙을 간단한 조립문제이니, 교환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황당했어요.

나더러 본드를 직접 사 와서 붙이라고?


번역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판매자와 오랜 언쟁을 벌였습니다.

마침내 본인의 과실을 인정한 판매자는 교환처리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교환을 받은 그 제품에는 또 다른 하자가 있었습니다.

결국 또 같은 일이 되풀이되어, 배송기간의 상당시간이 지체되어 버렸습니다.


고객은 저의 이런 사정을 이해해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항의연락이 왔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과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지체되는 배송기간 때문에 오는 고객연락의 비중이 제일 높았습니다.

배송소요기간 부분에서 정신적 피로를 꽤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부터,

소요되는 저의 시간과 쏟아내는 에너지에 비해

성과가 너무 적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스토어를 운영하며 시간을 보낼수록,

하루에 몇 시간씩 상품등록만 반복하는 시간들이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졌지요.

아직 사업 초반이었므로, 당연히 수입도 저조한 상태였고요.


하지만 당시의 저는 퇴사를 한 뒤, 수입에 대한 초조함이 극에 달한 상태였습니다.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는 그 상황이,

마치 회사에서 무의미한 야근을 하며 시간을 축내던 그때와 다를 게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외구매대행 사업을 포기하기엔, 이른 시점이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스토어가 자리를 잡으려면 반드시 버텨내야 할 구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현실적인 문제도 겪고 있었습니다.

당장의 밥벌이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야금야금 들어오는 수입으로 버텨낼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투잡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투잡으로 밥벌이를 유지하며, 스토어 운영에 시간을 쏟아보기로 했지요.

그렇게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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