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 곳에도 없는 Dec 16. 2021

크게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은 날들

퇴근 후 자전거 ㅣ written by 셀린


낯선 오늘


일상이 낯설어지는 순간을 사랑한다.

공기의 냄새가 변하는, 삶의 속도가 달라지는, 노을의 색온도가 바뀌는.

두 발로 내 발 크기만큼의 보폭으로 걷던 길을.


자전거를 타고 동그란 바퀴가 한 번 돌아갈 만큼의 속도로 달리면

내가 알던 길과는 다른 길이 되고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된다.



익숙한 오늘


어제와 같은 내일이 올 것임을 아는 나날들의 편안함을 사랑한다.

계절의 한가운데서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고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는,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어제 자전거로 갈 수 있었던 길을

오늘은 아주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



좋은 날도 있고 좋지 못한 날도 있다. 좋은 날도 있고 좋지 못한 날도 있다.

그리고 대개는 크게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은 날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대개는 크게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은 날들의 연속이다.



퇴근길, 해야 했던 일들, 해야 할 일들을 내려놓고 가볍게 길을 나선다. 퇴근길, 해야 했던 일들, 해야 할 일들을 내려놓고 가볍게 길을 나선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해의 궤적을 바라본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해의 궤적을 바라본다.

오늘의 해가 완전히 제 자취를 감출 때까지. 오늘의 해가 완전히 제 자취를 감출 때까지.

그 시간 동안 나는 오늘에 두고 가야 할 것들을 같이 떨쳐내 본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오늘에 두고 가야 할 것들을 같이 떨쳐내 본다.




계절의 길목에서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나고,

여름이 지나가는 계절에 서서 이 여름을, 지난 겨울을 떠올려본다.

익숙하고도 낯선 것들을,

덥고도 추운 날들을,


그럼 모든 게 그리워진다.


그럼 오늘도 그럭저럭 괜찮아진다.



크게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은 여름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다음 계절엔 익숙한 길을 지나 좀 더 낯선 곳까지

낯선 길이 익숙해질 때까지

자전거로 좀 더 멀리, 오래갈 수 있을 테다.





-크게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은 날들. by 셀린



퇴근 후 자전거

직장인 셀린과 루비의 사이드 프로젝트. 두 직장인이 퇴근 후 자전거를 타며 발견한 장면을 번갈아 가며 기록합니다.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이메일로 총 12회 연재합니다. (6.10 -8.26)


퇴근 후 자전거 발행인

따릉이로 한강을 달리는 셀린 @bluebyj

미니벨로 라이더 루비(청민 부캐) @w.chungmi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