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peltina Jun 03. 2023

과학실험의 언어로 결혼을 말하다

프롤로그

나는 챙그랑챙그랑 거리는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하루종일 들리는 곳에서 일을 한다. 

수술방에서 방금 넘어온 사람의 장기에서 세포를 분리하고 떼내어 배양한 뒤, 유전적 정보가 담긴 A, T, C, G, U 따위의 알파벳의 나열들을 고민하고, 단백질 생성과정의 오류를 일으켜 결과를 예측하며, 약물처리에 따른 신체적 반응에 대해 기술한다. 



대학교 때부터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장까지 도합 13년을 내가 해온 것들이다. 

그 도합 13년은, 친숙하지 않은 여기만의 언어들로 이루어진 이 분야만의 단단한 성벽을 뚫어내고, 그들의 세상에 비집고 들어오는 데 걸린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제법 적응한 그들의 언어로,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일반적인 것들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게 여행이야기보다 더 하고 싶었던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부터 과학실험의 언어로 결혼을 말할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3화. 파리, 너 얼마면 되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