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챙그랑챙그랑 거리는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하루종일 들리는 곳에서 일을 한다.
수술방에서 방금 넘어온 사람의 장기에서 세포를 분리하고 떼내어 배양한 뒤, 유전적 정보가 담긴 A, T, C, G, U 따위의 알파벳의 나열들을 고민하고, 단백질 생성과정의 오류를 일으켜 결과를 예측하며, 약물처리에 따른 신체적 반응에 대해 기술한다.
대학교 때부터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장까지 도합 13년을 내가 해온 것들이다.
그 도합 13년은, 친숙하지 않은 여기만의 언어들로 이루어진 이 분야만의 단단한 성벽을 뚫어내고, 그들의 세상에 비집고 들어오는 데 걸린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제법 적응한 그들의 언어로,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일반적인 것들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게 여행이야기보다 더 하고 싶었던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부터 과학실험의 언어로 결혼을 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