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지 않아도 쓰는 시
"말이 안 돼."
급한덕은 시를 쓸 때마다 말이 안 된다며 자꾸만 멈추었다. 시는 정답이 없고 뭐든 써도 괜찮다고, 전부 다 말이 된다고 말해도 먹히지 않았다.
어떤 부분이 말이 안 되는지 물으면 구체적으로 답하지는 못했다. 시를 쓰기 싫은 마음 때문일 거라고 단정했다. 시간이 좀 흐른 뒤, 요괴딸은 급한덕의 말속에 담긴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안 하던 낯선 것을 하려니 긴장되고 불안했던 거다. 급한덕에게 "말이 될 때까지 같이 해보자. 도와주겠다."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요괴딸은 순한커플이 시를 계속 쓰면 좋겠다는 마음만 앞섰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이게 맞나.' , '말이 안 돼.' 무언가 시작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는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 때 주저하게 된다.
요가를 다녀오니 똑순애가 햇살을 받으며 평상에 누워 있다. 요괴딸도 똑순애 옆에서 따사로운 볕을 쬐고 있었다. 똑순애가 갑자기 몸을 일으킨다.
"마스크를 써야겠어."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겠다는 건가.
요괴딸은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잠시 골똘) 이럴 수가. 마스크를 소재로 시를 쓰겠다는 거였다. 요괴딸이 시를 쓰자고 보채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시를 쓰겠다니. 끼야오~~~
요괴딸은 바로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서 똑순애가 불러주는 대로 시를 적었다. 똑순애 표 환경 캠페인 시가 나왔다. 점심을 먹고 급한덕에게 슬쩍 똑순애가 쓴 시를 읽어주었다. 가만히 듣던 급한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에 공감을 표한다.
"맞아. 그랬어. 말이 된다. 시가 참 잘 됐다."
급한덕은 시에 공감하며 칭찬한다. 똑순애가 썼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똑순애가 쓴 시야!"
급한덕이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친다.
"나도 고라니 다시 써 볼게."
급한덕은 의욕을 불태운다. 급한덕이 막히는 부분을 똑순애가 풀어준다. 그렇게 한 줄에서 멈췄던 급한덕의 시가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급한덕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흐뭇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