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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일기_7.4

by 고라니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 앞에 서니, 조례호수공원이 보인다.

횡단보도를 건너 도서관 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꼴랑꼴랑한 냄새가 난다.


뭐지. 어디지.

엄마야.


썩은 나무 밑동에서 버섯들이 신나라 돋아나고 있었다.

날이 습한 데다 잦은 비로 버섯들이 전성기를 맞은 듯했다.

썩은 나무와 버섯이 만들어낸 꼴랑꼴랑한 냄새가 속을 뒤집어 놓아 오래는 못 보고 있겠다.

주변에 아는 풀도 있다. 괭이밥, 강아지풀.

갖가지 풀들이 버섯을 빙 둘러 호위하고 있다.

새 생명 탄생을 축하하며 바라보는 듯도 하다.

다음 주에는 횡단보도 앞에서부터 코를 벌름거리겠다.

버섯들이 과연 어떤 행색으로 자라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초록불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겠지.


새가 휘저어 놓은 공기를 마신다.

새가 점찍은 열매를 먹고 새똥 싸고 싶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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