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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일기 7.11

사라진 버섯들

by 고라니

7.11


횡단보도 앞. 유난히 빨간불이 길게 느껴진다. 초록불로 신호가 바뀌자 살며시 두근댄다. 버섯의 안부가 궁금해서 재빨리 횡단보도를 건넌다. 코를 벌름거려도 꼬랑꼬랑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지난 주만 해도 밀집해서 버섯들이 자라던 썩은 나무 그루터기였는데... 텅 비어 있다.


누군가가 버섯 군단을 처단하기라도 한 마냥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버섯들이 어떻게 된 건지 원통하다. 스스로 사라지진 않았을 텐데... 갑자기 입꼬리가 쓰윽 올라가며 미소 짓는다.


"다음 주면, 다시 버섯이 자랄걸. 두고 보자."


조례호수도서관에서 보태니컬아트 수업을 받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금계국에 앉아서 꿀을 빨고 있는 나비 한 마리를 꽤 오래 바라보았다. 전에도 보았던 나비다. 이름은 모르지만, 반가웠다.


*수업 시간에 물붓을 사용해 (물붓으로 잎맥을 칠하고 휴지로 닦아내기) 잎맥의 밝은 부분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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