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를 볼 때면 아직도 그 마음이 살아난다.
물들여볼까.
백반가루를 넣고 봉숭아꽃과 잎을 콕콕 찧는다.
이를 손톱에 올리고 비닐을 적당히 잘라 실로 묶은 뒤 하룻밤을 잔다.
물이 잘 들까. 하나도 안 들었으면 어쩌지.
조마조마한 마음을 누르며 잠들고 일어난다.
아침에 실을 풀어 보면
늘, 발갛고 예쁘게 손톱이 물들어 있었다.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남아있어야
첫사랑이 이루어지는데...
손톱을 자를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봉숭아 물을 바라본다.
수술을 할 때 봉숭아물이 있으면 손톱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
혹시라도 수술을 하는 일이 생길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제 다시는 봉숭아 물들이지 말아야지 결심하고는...
또다시 봉숭아 물을 들였다.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남아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은 그만큼 내게 강력했다.
이 모든 조마조마를 넘어설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