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끝에 도를 붙여 섬처럼 불러보는 습관이 있다
이름 끝에 도를 붙여 섬처럼 불러보는 습관이 있다
싱크대 위 수납장을 열었다. 기대는 어떤 그릇이었으나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만 가득 꽂혀있었다. 흥미로운 수납법이다 칭찬할 만도 한데, 수납장 문이 세게 닫혔다. 사과를 깎아 놓을 접시를 찾다가 박중훈 최명길 주연의 '올빼미의 사랑'을 발견했다.
칼은 어디 있어? 없어. 거짓말. 없어. 그게 왜 없어? 그게 있어야 돼? 칼 필요 없는데… 여자에게 칼은 당연한 것이었다. 당연한 밥솥도 없었다. 당연히 포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남자는 필요 없는 것이 많았고, 여자는 불필요한 생각이 많았다. 남자와는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단정이 미래에 가 있었다.
이게 다였다. 생수 몇 병, 나무젓가락 여러 개, 한 상자의 케이크. 수십 장의 중국집 쿠폰을 보는 순간 냉장고를 괜히 건드린 것 같았다. 탕수육을 서비스로 여러 번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누구 생일이야? 어머니 기일이야. 먹을래? 기일에 케이크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냉장고 문이 세게 닫혀서 화난 사람이 되었다. 집에 가기로 했다. 사과를 도로 가방 안에 넣었다.
집에는 접시도 칼도 포크도 있었지만, 사과를 씻지도 않고 통째로 먹었다. 왜 사과는 깎아서 접시에 담아 포크로 찍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와 있으면 밥보다 제철과일이 먹고 싶었다. 그게 사치스럽게 느껴져서 사치하고 싶었다.
우묵배미는 신촌 수색을 거쳐 난곡 종점 근처에 있는 변두리 마을이라는데, 나는 우묵배미를 올빼미로 혼동하고, 그의 어머니 생일을 기일로 잘못 들었다. 제대로 들었다면 우묵배미의 사랑이 올빼미와 관련 있는지 재미 삼아 물어보고, 케이크를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파니 핑크’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쿠폰으로 탕수육도 공짜로 시켜 먹을 수 있었을 텐데...
그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 섬에 장난 삼아 가본 적이 있다.
사람 이름 끝에 ‘도’를 붙여 보는 습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