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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Sep 21. 2024

나의 이방인에게_36

음모 아니 응모

음모 아니 응모


 

마침표를 없앤다고 없앴는데

세 개나 발견되었어요

다시 써야 하나

모든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그만두는 게 맞을지도 몰라요


이번에도 안 되면

마침표를 탓하겠죠

마침표 없는 문장이

자연스러울 때

시인이 되나요


어떤 순서로 시를 놓을까

첫 시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 같아

자꾸 순서를 바꿔요


<신인 문학상 시 부문 응모작>

봉투에 썼어요

네임 펜 대신 매직으로


새 이름을 자꾸 지어요

본명은 10년 넘게 응모되어

신인 문학상에 어울리지 않아요

이름이 올드하거든요

요즘 시인들 이름이

어디 올드한가요


우체국이 작아요

직원이 딸랑 두 명

우체국 직원에게 들키지 않았음 해요

저의 수많은 이름을요


새 이름이 멈추지 않고 늘어나기만 하니

응모가 음모 같아요


죽을 때까지 안 된대도

죽을 때까지 응모했다는 건

음모가 확실해요


음모여도 응모는

자랑스러울 것 같아요

꽤나


다른 동네 우체국을 왔어요

음모를 들킬까 봐 아니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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