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 아니 응모
음모 아니 응모
마침표를 없앤다고 없앴는데
세 개나 발견되었어요
다시 써야 하나
모든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그만두는 게 맞을지도 몰라요
이번에도 안 되면
마침표를 탓하겠죠
마침표 없는 문장이
자연스러울 때
시인이 되나요
어떤 순서로 시를 놓을까
첫 시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 같아
자꾸 순서를 바꿔요
<신인 문학상 시 부문 응모작>
봉투에 썼어요
네임 펜 대신 매직으로
새 이름을 자꾸 지어요
본명은 10년 넘게 응모되어
신인 문학상에 어울리지 않아요
이름이 올드하거든요
요즘 시인들 이름이
어디 올드한가요
우체국이 작아요
직원이 딸랑 두 명
우체국 직원에게 들키지 않았음 해요
저의 수많은 이름을요
새 이름이 멈추지 않고 늘어나기만 하니
응모가 음모 같아요
죽을 때까지 안 된대도
죽을 때까지 응모했다는 건
음모가 확실해요
음모여도 응모는
자랑스러울 것 같아요
꽤나
다른 동네 우체국을 왔어요
음모를 들킬까 봐 아니
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