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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Sep 20. 2024

나의 이방인에게_35

등을 굽다

등을 굽다



등 하고 부르면 타인이 돌아볼 것만 같다

타인을 원하는 마음은 등이 증명해 준다


짊어진 짐가방을 내려놓고

구깃구깃한 등을

타인 방향으로 펼쳐 놓는다

 

등은 위치가 아니라

사이일지도 모른다


무심코 바닥에 손을 댔는데

너의 등을 만진 듯해서 계속 쓸어주었다


너와 나의 등은 가까워지는 중


바다를 볼 땐 누구나 등을 보여. 너는 바다를 보고 있구나. 그런 너의 등을 나는 보고 있구나. 너의 등을 보는데 나의 등이 조금씩 펼쳐져 반듯한 타인이 되어간다. 이제 너의 등과 나의 등이 만나면 잘 포개져 따뜻하게 출렁이겠구나.


네 등은 내가 있어

내 등은 네가 있어

부풀어

날개라도 구워낼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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