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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방인에게_44

슬픔스프

by 고라니

슬픔스프



모아 둔 슬픔을 꺼낸다

약간의 부딪침에도 슬픔은 쉽게 부서져 가루가 된다

차가운 물에 슬픔 가루를 잘 풀고 끓이기 시작한다

슬픔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면

슬픔이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준다

어제보다 조금은 말갛고 옅은 스프가 만들어졌다

슬픔이 굳기 전에 스프를 떠 넣는다

오늘 스프 맛은

약간 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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