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얼굴이 좋다.”
불쑥 말하는 아빠. 오랜만에 들으니 괜히 들뜬다. 아빠에게 들으면 기분 좋은 칭찬.
가끔 아빠에게 “내 얼굴 어때?” 대뜸 묻는다. 아빠는 “좋아. 괜찮네. 별로야. 안 좋아.” 요 정도 선에서 답한다. 얼굴만 딱 보고도 내 상태를 정확히 알아맞힌다. 마음이 어지럽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얼굴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니. 아마도 잠을 못 자는 게 가장 큰 이유지 싶다. 아빠는 한동안 내 얼굴이 우는 상이라며 안타까워하셨다. 실제로 날마다 울기도 했다.
오전에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은 후, 베이커리 카페에서 커피와 얼그레이 자몽 케이크를 먹으며 ‘민담’을 꽤 집중해서 읽었다. 커피 맛은 적당했는데 케이크 끄트머리가 말라있었다. 촉촉하지 않은 케이크. 좀 아쉬웠다. 재미있는 ‘민담’ 기운을 받아 씩씩하게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는 누구 집이에요?”
사랑스런 꼬마의 질문에 웃으며 다정하게 화답하는 꼬마의 아빠
“여기는 누구 집이 아니라 도서관이야. “
(여긴 책들의 집이야/나 혼자 속으로 말함)
도서관에서 나와 크림과 립밤, 클렌징 폼, 퍼프도 샀다. (아까 먹은 촉촉함 없는 자몽 케이크 끄트머리 같은 얼굴. 시급한 관리 요함.)
집에 오자마자 새로 산 클렌징 폼으로 얼굴을 씻고 크림을 발랐다. 그랬기 때문일까. 아빠한테 오늘 얼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참! 내일 아침 순두부찌개에 넣을 미더덕도 샀다. (맛있을는지…) 내일의 맛이 기대된다! 내일 얼굴은 내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