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청국장

by 고라니

겨울엔 다른 계절과 다르게 유달리 먹고 싶은 음식이 간절해진다. 잔치국수와 소주, 오뎅탕과 사케, 군고구마와 귤, 양파수프, 물메기탕(아귀탕), 순대국밥, 시래깃국, 파래무침, 그리고 내년엔 분명 청국장이 메뉴에 추가될 것이다.


내가 만들고, 사 먹는 음식도 좋지만, 무엇보다 누군가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먹는 기쁨이 각별히 귀하다. 오늘은 막내 이모가 청국장을 한 냄비 끓여서 싸주셨다. 청국장 속에 들어있는 김치를 보는데 군침이 챠륵 돌았다. 반들반들 광이 나는 콩자반, 직접 캔 쑥으로 빚은 떡까지. 챙겨주신다. 저녁으로 청국장을 팔팔 끓여 배부르고 야무지게 먹었다. 막내 이모가 만든 음식은 입에 잘 맞는다. 깔끔하고 간이 딱이다. 아빠도 청국장을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청국장 또 먹게.) 청국장 맛이 은은했다.

막내 이모는 종종 전화해 뭐에 밥 먹는지 물어 보고 파김치, 갓김치, 배추김치 등 다양한 먹거리를 나눠준다. 아빠와 나는 감사히 먹고 외식을 제안한다. 얼떨결에 이모를 엄마라고 불렀다가 코끝이 찡해진 적이 있다.


아침에 양상추, 파프리카, 브로콜리, 바나나를 넣고 샐러드를 만들다가 아빠를 불렀다. “아빠! 냉장고 문 쪽에 아몬드 좀 주세요.”

아빠는 “이거?” 하면서 엉뚱하게 녹두가루를 꺼낸다. “아니요. 아몬드요.” 바로 보이는데 아빠는 난감한 듯 서 있다. 내가 가서 아몬드를 꺼내 오자, 다소 황당한 목소리로 “그거야?”

“아빠는 아몬드를 뭐라 해?”

(망설임 없이) “빼쪽이”

“그럼 호두는”

“투자(추자).”

아빠는 아빠만의 언어가 있다.

“해 다 가니 보일러 틀어야지.”


보일러가 쿠앙 돌아간다. 추운 겨울엔, 또 뭘 먹으면 맛있을까. 아! 찐빵과 찐만두! 떡라면. 또 등촌샤브샤브 칼국수. 하나하나 차근차근 먹다 보면 겨울 끄트머리겠지.


앗! 엄마표 김치죽 빼먹었네.


작가의 이전글오늘 얼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