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 큰 귤 하나가 폭삭이네.
아빠는 썩은 귤을 마당 쪽으로 내던진다. 점심 설거지를 마치고 카페에 가려고 나오는데, 평상 위에 부채, 장갑, 마스크, 작은 가방, 모자가 쭉 늘어있다.
“엄마가 여그 봉지에다 이래 넣어 놨드라. 참…“
엄마는 쓰레기 봉지 10리터짜리에 물건들을 넣어 창고에 두었던 모양이다.
엄마가 창고에 둔 걸 여태 모르고 있다가 방금 전에 아빠가 보고, 내놓은 것이다. 저게 뭐라고 봉지에 넣어 보관까지 했을까. 불필요한데 집 안에서 둥그적거리는 게 싫었을 것이다. 물건들이 너무 일상적이고 별 것 아니라서 더 슬펐다. 겨울이 오면 다시 여름이 오면 쓰려고. 엄마는 다가올 계절을 모아둔 듯했다.
아빠도 속상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더 지체했다가는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얼른 대문을 닫고 나갔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옛이야기를 읽고 내용을 정리했다. 그렇게 집중한 와중에도 눈물이 났다.
방이 어둡고 침침하다 했더니 아빠가 나 없는 사이에 형광등 하나를 갈고, 하나 더 끼워 놓았다. 눈부실만큼 환하다. 엄마는 형광등 불빛 싫어했는데… 일주일 됐을까. 전기장판이 고장 나는 바람에 엄마 방 흙침대에서 잔다. 27도로 맞춰 놓으면 따땃하다. 내 방에서 잘 때보다 잠이 잘 온다. 엄마 방 문 열기도 힘들었는데, 여기서 자다니. 심지어 내 방이라고 말할 때도 있다.
모레가 장날인데, 아빠랑 파전에 막걸리 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