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그리고 함께
드디어, 우리가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어.
나에게 글쓰기가 놀이였다는 것을 너와의 오랜 대화 끝에 알아냈어. 글을 쓴다고 누가 읽어주는 것도 아니고, 책으로 묶여 나오지도 않는데 이토록 질질질 쓰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고, 때론 답답했어. 지금은 투고와 응모도 하지 않으면서 계속 쓰고 있으니까. 별 이유나 목적 없이 글을 쓰고 있는 셈이지. 6시간여의 긴 통화로 너의 팔은 마비 증상을 보였고, 나는 두통과 환청에 멍해졌어. 깨달음에는 고통이 따르는 것일까.
어른이 되어서도 노는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아서 계속 글을 써온 거구나. 알게 되었어. 그렇게 생각하니, 쓰다 만 글들을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졌어.
한참 신나게 놀다가도 엄마가 “숙미야! 밥 먹어!”라고 부르면, 그 소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놀이를 끝내고 집으로 갔어. 나에게 쓰다 만 글도 그런 거였지 싶어. 글보다 누군가가 더 중요했어. 잠이 안 오면 내가 쓰다 만 문장 속을 잠수했어. 안온과 불안이 늘 따라다녔어. 쓰지 않으면 입맛이 덜했고, 타인에게 매달렸어. 시간이 지날수록 글쓰기가 놀이만은 아니었나 봐.
너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라며 같은 단어를 제목 삼아 쓴 글을 1년 동안 모아 책으로 엮어보자. 제안했어. 키워드 제시는 너와 나 한 번씩 번갈아. 매주 월요일에 단어를 제시하자 했지.
첨엔, 꾸준히 써야 하는 것에 부담이 있었지만, 나는 약속 하나는 잘 지키고 너는 성실하니 너와 약속을 한다면 매주 꼬박꼬박 쓰는 일이 되지 싶었어. 같은 단어로 전혀 다른 서로의 글이 나올 거라 생각하니 설레더라.
너는 글쓰기 프로젝트 이름을 나에게 정해보라 했지. 글을 조물딱 조물딱 해보자는 의미로 조물조물 프로젝트, 둘 다 주름이 자글자글 할 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글을 약한 불로 자글자글 끓여보자는 의미로 <자글자글 프로젝트>
내가 좋아하는 의성어 의태어로 이름을 짓다가 너와 나의 나이가 떠올랐어. 동갑내기 44살. 공식적인 첫 제시어의 날짜가 4월 4일이니 <사사프로젝트>라고 붙여보면 어떨까 싶었어. 너는 좋다 했고, 너를 안 지 10여 년 만에 우리의 사사프로젝트가 탄생했어.
두근두근, 첫 번째 제시어는 별
네가 ‘별’을 제시어로 던져주었을 때, 기쁘면서도 겁이 났어. 별은 존재하지만, 아주 멀리 있고 희망, 그리움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관념에 가까웠거든. 별. 나는 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과거에 누군가와 별을 보았던 경험을 쓸까. 아니면 상상을 펼쳐 볼까. 아직 모르겠어. 무슨 이야기를 쓰게 될지. 그게 설렌다. 마음속에서 별이 계속 꿈틀대. 살아나. 살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