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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Feb 25. 2024

매화

땅글땅글 귀여워

"티비를 끈다는 게, 갖고 나와 버렸네. 정신이 통 없다."

엄마는 황망한 표정으로 평상에 리모컨을 놓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운동하겠다고 모자까지 썼는데, 평상에 오도카니 앉아있다. 엄마가 운동화 신을 생각을 않기에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다.  


"같이 나가자."

"아니야. 먼저 가.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갈라고."

 

점심 먹은 후에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카페와 엄마가 운동하는 주차장이 코앞이라 같이 걸어가고 싶었는데 엄마는 자신 없는 목소리다.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 엄마는 기운이 없다. 식사량도 줄고 방에서 거의 누워있는다. 날도 춥고 연일 흐리고 비가 온다.     


결국 나 혼자 집을 나섰다. 카페 가는 길에 요즘 매일 보는 매화다. 향긋하다. 은은하면서 싱그럽고 명랑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실수록 향이 깊어진다. 어느 지점부터 매화 냄새가 나는지 걸으면서 코를 벌름벌름 대며 거리를 가늠한다. 매화는 꽃대에 제법 땅땅하게 붙어 있다. 매서운 겨울을 이겨낸 기품이 느껴진다.  


주차장이 보이는 창문가 자리에 앉아서 엄마가 오나. 오나. 번이나 내다보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매화의 자줏빛 꽃받침. 뒷모습이 또렷하고 예쁘다. 아담한 엄마도 뒷모습이 예쁘다. 매화는 매화대로 목련은 목련대로 벚꽃은 벚꽃대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꽃이 엄마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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