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길을 오르던 나에게

by 풀씨

오월 즈음이었을 것이다.

또는 그 조금 전.

리라 초등학교 건너편 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맑고 따스한 날씨였다.

남산 케이블카 못미처에서

아스팔트에 아지랑이가 어룽어룽 번져 올라

소월길 고개를 모조리 감싸 안았다.

그 시절의 나는 매일 작업실에

슬픔을 갈고닦으며 살았다.

호젓하고 맑은 생활이었다.

지금도 소월길을 오를 때면

나를 반기던 그 아지랑이들과 사철 만난다.

너 아직 괜찮구나.

우리 아직 괜찮네. 하며.

나는 그때 몹시 슬펐지만

다사로운 장소들의 따뜻한 응원들 속에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어느 날 문득 풀방석이 짜고 싶었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