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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Nov 18. 2023

너에게_사람들 저마다 소망 하나씩 품고 산다잖아

2023 11 18 토

너에게


나는 살면서 소원 같은 거 없었어.

보름달 뜨면, 새해 되면 사람들이 그러잖아.

소원 빌라고.

나는 그럴 게 별로 없어서 

달 그냥 쳐다봤었고

유성이 떨어진다는 날은 그러려니 했어.

생일 케이크에 소원이라니.

나는 별로 바라는 거 없었어.

그냥 살면서 할 수 있는 건 하고

못하는 건 안 하고

뭘 막 바래서 나를 들볶고 싶지 않았어.


외로웠던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적당히 재밌게 지낼 줄 알았으니까.

너 때문에 괴로웠을 땐 도망쳤고

사람들이 번거로울 때는 일만 했어.


아버지의 부재는 내가 처음 맞이한 격랑이었지만

난 슬픔과는 꼭 붙어 지냈어.

괜찮았어.


그리고 이렇게 뒤늦게 뒤늦게 내가 못다 한 숙제를 펼쳤어.

하다 만 건 그냥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 숙제는 너를 위한 게 될 수 있을까?

우리를 위한 게 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 숙제를 하다 가려해.

이건 처음부터 내 숙제였으니까.

너는 공부를 잘했지만

내 앞에서 너의 성적을 자랑한 적도 없고

내 공부를 봐준 적도 없지.

나는 이 숙제도 나 혼자 해낼 거야.

나중에 네가 내 숙제를 봐주었으면 하지만

많이 바라지는 않을게. 그게 나니까.


사람들은 가슴에 소망 하나씩을 품고 산다는데

나도 드디어 소망이 생겼네. 

이번 생일에 초 잔뜩 켜고 기도해야지.

하지만 간절히 하지는 않을 거야.

간절한 건 너무 힘드니까.

웃으면서 "그랬으면 좋겠어요~"라고 할 거야.


난 네 꿈꾼 적 한 번도 없지만.

넌 오늘 밤 내 꿈 꾸길 바래. ^^

(넌 왜 꿈에 안 나올까? 이상하고 다행이야. 꿈엔 나오지 마. 자면서 울기 싫으니까.)


진짜 안녕~


2023 11 19 토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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