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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Nov 24. 2023

너에게_내가 만약 너를 만난다면

2023 11 24 금

내가 만약 너를 만난다면


너에게


내가 만약 세상의 끝에서 너를 만난다면

나는 눈물이 흐르겠지. 흐느낄지도 몰라.

너는 너무 당황하지는 마.

그날이 우리에게 얼마 남지 않은 생애 그 어느 날이더라도

나는 몹시 행복할 거야.

그리고 너에게 말하겠지.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

"널 많이 좋아했어. 너한테 너무 잘 보이고 싶었어."

"그때 많이 사랑해 줘서 고마워."

"내가 잘못한 거 용서했지?"

"다음 생에도 만나줄래?"

"네가 행복하길 바라."

"안녕."


너를 만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은

처음엔 현재의 보잘것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다음엔 네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알 수 없었지.

그리고 점점 그때의 우리로 돌아가 너를 기억해 냈고

지금의 나를 찬찬히 훑어보았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든. 네가 어떤 사람이 되었든.

내 영혼이 그때 그 아이라면 너의 영혼도 그럴 거라는 걸 알았어.

이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어.


너의 편지를 이제서야 다 읽었으니까.

내 마음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무섭고 괴로웠으니까.

그런데 이제 행복해.

그때의 마음이 내 전 생애가 되었다는 게.

너에게 맹세하지 못했지만

내가 그렇게 살아버린 것.

후회하지 않아.


세상이 나에게 다정한 많은 것을 주었어.

그리고 너를 통해 나를 주셨지.

너를 만난 것. 너와의 시간을 주신 것.

그리고 너를 간직할 수 있었던 것.

그것으로 나는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 걸까.

부디 너의 생애 속에 내가 너를 사랑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오늘도 너의 하루 다정하길 바라며


2023 11 24 금


너의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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