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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Dec 19. 2023

너에게_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2023 12 19 화

너에게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너에게 가장 부끄러운 사람이 된 것 같아...

이건 너에 대한 나의 잘못된 사랑의 증거겠지.

조금만 더 생각이 깊었더라면.

아니면 조금만 더 마음이 가는 데로

행동했더라면.

그래서 너에게 달려갔더라면

지금의 나는 이렇게 뼈아프지 않았을 텐데...


나는 돌아보지 않았어.

과거는 언제나 현재보다 부족했으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과거로

고개를 돌려보니

잘못 살은 나만 보여.

소중히 여겼어야 할 것들을

감사히 여겼어야 할 것들을

하찬게 여긴 벌.


네 이름 잊힐까 두려워.

네 말처럼 우리의 날들이 어릴 적 읽었던 동화처럼

조금씩 멀어지는 게 슬퍼.


네가 있었던 게 정말이었을까. 하는 의심이 문득 들기도 해.

네 편지들이 아니면...

나는 이게 다 꿈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거야.


나의 소중한 친구.

오늘 좋은 좋은 하루였는지.

부디. 


나 내일 우리의 장소에 다시 가.

일을 하고 올게.

거기에 너에게 보내는 내 편지 남겨둘게.

전시는 2024년 5월까지로 연장되었어.

너는 왜 그 장소로 나를 부른 거야?

정말 정말 돌아가기 싫은 장소였던 거 알지?

너는 나를 불러들인 이유가 있지?


그럼, 내일 만나.

과거의 우리.

우리가 함께 했던 장소에서.


2023 12 19 


너의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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