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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Dec 22. 2023

너에게_너는 언제 내 삶에서 끝날까

2023 12 22 금

너에게


밝게 시작한 아침.

다정한 사람들과 동지 팥죽을 끓였단다.

새알심을 빚어 팥죽을. 동동 떠오르던 작고 귀여운 동그라미들.


그 따스함이 그들의 집으로 떠난 뒤

나는 조금 몸이 무너지는 기분이야.


너는 언제 내 삶에서 끝날까.

너를 생각해도 괜찮았던 날들.

마당 있는 집 계단참에 우리 강아지를 안고 따뜻한 바람과 따끈한 햇살 속에

복숭아나무에 핀 꽃을 바라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지금 이렇라도 그때 못한 슬픔에 진탕 무너지는 지금의 끝이

무엇인지 보아야 하기도 하고.


너에게 너무 많은 편지를 쓰고 있지?

이것밖엔 내가 견딜 힘이 없어서.

언제가 네가 이걸 읽게 되면.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내 편지가 너무 많아서 너에게 짐이 되거든

나에게 쓴 너의 편지들을 읽어보렴.

재밌을 거야. 그리고 내가 다시 미워질지도 몰라. ^^

그때의 네 마음이 지금의 내 마음이야.

거기에 세월을 더해 더 아프다고는 하지 않을게.

그때의 어린 네 마음을 아프게 한 게 

죽도록 가슴 아프다고 징징대고 있어서 미안해.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잊힌 것들은 잊혀서 새로운 것들이 되었겠지.

너를 사랑했고

다시 너를 사랑하고 있어.

너에 대한 내 사랑은 멈춘 적이 없어.

다만 오래 잠들어 있어야 했지...

그게 나의 가장 바보 같은 잠이었어.


2023 12 22 금


지현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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