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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Dec 29. 2023

너에게_크리스마스이브야 나의 Yu

2023 12 24 sun

너에게


1990년 12월 10일. 너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지.

카드엔 1991년엔 만날 수 있겠지?라고 물었어.

그때 너를 만났더라면...

이라는 후회는 너무 못났지? 

그 못난 후회를 삼십 년도 넘어서하고 있단다.

네가 보낸 카드의 그림은

흰 눈이 내린 마을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산타 할아버지야.

굴뚝 옆에서 선물 꾸러미를 어깨에 메고 인자한 모습으로 서 계시지.

네가 골랐겠지?

나에게 보내려고 문방구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골랐을 너를

상상하면. 귀엽기도 하고 그 옆에 가서 서 있고 싶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어쩔 줄을 모르겠어...


어제는 성당에 미사를 다녀왔단다.

내가 미사를 드리면서 하도 우니까

실장님이 나를 보고 '코가 없어지겠다'라고 하셨단다.

부장님과 실장님, 부부 사이에 앉아 코가 없어지도록 우는 중년 여자.

너무 흉하지? ^^;

종교도 없으면서 미사에 따라가서

그 성당 안에서 제일 많이 운 중년 여자.

창피하지... ^^;

뭐 될 대로 돼라 하고 운 게 아니라

참고 참아서 운 게 그 정도야. ^^;


이제 와서 나는 너를 왜 찾는 걸까.

어떤 우정을 다시 시작하려고?

그때의 나를 변명하려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인데? ^^;

그때의 너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때의 뭘 알면 뭐가 달라지는데?

용서받고 싶은 걸까?

나의 냉담했던 표정, 너에게 돌려받게 될까?

그래, 뭐든 좋아.

뭐든 좋으니까.

너의 소식, 

네가 잘 지낸다는 소식 듣고 싶어...


오늘은 더 쓰기가 어렵구나...


그래, 멋진 마무리는 틀린 것 같아.

그냥 더 징징대고 매달리다가 

추해지면... 어쩔 수 없지, 뭐 : )


메리 크리스마스 나의 친구

나의  Yu


2023 12 24 일


너의 지현으로부터


추신 : 이 편지는 좀 더 많이 부끄러워서 버릴까 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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