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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씨 Mar 14. 2024

너에게_너를 꾹꾹 참으며_네가 행복하길 바라며

2024 03 14 목

너에게


너에게 편지 쓰고 싶을 때 한 번쯤 참고 두 번쯤 참고 그러고도 참아봤어.

오랜만에 너의 피드.

네가 숨기고 싶은 것이 그런 걸까 싶어서

너라고 믿는 나를 회유하고 싶어졌어.


그래, 너는 어딘가에서 너답게 잘 지내고 있겠지라고.

내가 나로 회귀해 오는 동안.

급작스런 변화였지만

나는 나로 돌아와야 했어.

나를 잃어버리려고 했던 많은 시간들.

너를 잃어버리려고 했던 많은 날들. 

내가 되어가도 부족했을 시간에

아직 내가 '나'였던 적도 없던 나는 길을 잃고 헤맸지.

그러다 어쩌면 조금은 남아 있을 나에게로

본원을 지녔었을지 모를 그때로 돌아가자고 결심했어.

그건 지금의 나를 다 버린다거나 부정한다는 뜻은 아냐.

그 모든 걸 들고 또 그 모든 걸 내려놓고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고 싶어 졌지.

거긴 나의 유년이고, 나의 집, 

나의 본래가 고요히 가지런히 살아가는 곳일 거라 믿었어.

나는 나를 부정하며 나의 옆길로만 달렸지.

살면서 좋은 건 늘 내가 아니어야 했지.

그건 내가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 했을까?

정의롭고 싶었지. 나 자신에게.

정확하고 싶었지. 나 자신에게.

그래서 냉정하게 굴었고 밉게 굴었고 어쩔 줄 몰라했지.

이제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너무 오래 나한테 못되게 굴었더니

잘 되지는 않아.

하지만 지금이라도, 지금부터라도 다정한 나에게

다정을 말해주다 보면 그리고 가게 되지 않을까?

나의 다정한 장소. 나라는 장소.

그러면 너를 맞이할 때

내가 활짝 따뜻이 맞이할 수 있겠지.

그래, 지금은 내가 어설프고

너도 조금 밉게 굴 수 있어.

너는 어리광이라고는 몰랐잖아.

늘 근사하기만 했을 테니...

지금을 나는 귀여워할 거야, 너를.

너의 마음 영원히 그곳에 있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나는 진실했고

나는 이만큼의 내가 좋아.

그리고 너를 여전히 사랑한단다.

왜냐하면...

그건 네가 알아차려주겠지?

그만큼을 아는 너일 거라 믿을게.


2024 03 14 목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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