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06
안녕, 나의 미래. 지금. 과거.
잘들 있었니?
내가 울고 짜고 하는 동안 너희가 잘 있었을 리는 없을 거야.
그렇지?
미안해.
나는 나의 미래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어.
열심히 사느라 정신이 없었거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오십이 되고
한 해 두 해 또 더 살아버렸지.
살아낸 것도 아니고 살아버리다니.
그리고 다시 새해를 맞게 되었어.
감사하지. 아무것도 아닌 내게 신은 새해를 주시잖아.
그리고 분명 내일도 주실 거야. (감사합니다.)
난 감사를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감사하다는 말 자주 하지만
가슴 깊이 우러나는 감사에 대해 내가 뭘 알았을까...
지금도...
음. 난 2023년 9월 추석날 오후부터
점점점 엉망이 되어갔잖아.
그러다 많이 아팠고.
그러다 살아야 하니까 다시 살아내는 중에
갱년기에 강타당하고 있잖아. (웃음)
아, 그래, 과거는 거기 있고
그 과거가 아름다웠던 것에 감사하는 걸로
나를 기쁘게 했어야 했는데
나는 마음이 무너졌었지.
그리고 엉망진창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시간으로 버틴 나의 1년이 흐르고
2024년 말미에는 갱년기 범벅이 되었어. (웃음)
그래, 나는 보통 사람이니까.
갱년기가 나를 피해 갈 리 없지.
나는 마음이 아팠고 몸이 아파졌지.
몸까지 아프니까 겁이 났어.
겁쟁이니까. 울보에다가. ^^
나이는 헛먹었고.
그래도 살아내고 싶어. 여기에서의 내 삶.
지금쯤이면 막연히 잘 지내려니 했던 그 나이에
벌써 1년 2년 3년 4년을 보내버렸는데
나는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아서 덜컥 겁이 나기도 했어.
내 인생 성적표는 너무 형편없어서 누구에도 보여줄 수 없다고 느꼈지.
스스로 부끄러운 것도 있지만
여기까지 오지 않은 젊은 친구들에게
이런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두려웠어.
나조차
'이게 뭐야, 그렇게 열심히 사는 척하더니 겨우 이거야?
행복에 다다르긴커녕 평안도 없고 여전히 불안하고 막막한 거였어?'
라고 놀랐으니까.
^^;
미안.
나는 여기에서 더 이상 뭘 찾을 수 있을지 막막했어.
더는 없을 것만 같았어.
이게 끝인 것만 같았어.
여기가 끝이라면
정말 이게 다라면
나는 살아나갈 자신이 없었어.
그럼, 이다음에 뭐가 있냐고?
있어야만 하잖아.
그렇지?
결국 손에 쥔 건 하나도 없으면서
뭘 말해줄까 싶지?
그런데 있어. 생겼어.
그래서 오늘은 나에게 여러 통의 편지를 쓰고 있어.
2023년 9월 29일
2024년 12월 6일을 기억하려고.
그럼, 다음 편지도 읽어주길.
2024 12 06 금요일
지현으로부터
추신 : 창 밖엔 대봉 감이 익어가고 하늘은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