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아내

2025 11 06 목

by 풀씨

농부의 아내


오이밭 어머니

치매 남편 요양병원 안 보내려고

굽은 허리로 몇 년을 돌보셨다

아웅다웅 일도 많았지만

평생을 함께 해 온 동무가

11월 3일

하늘 소풍 가셨다고 문자를 보내셨다


그 둘의 일을 누가 알까

평생 흙 만지고

평생 오이 키우고

평생 시금치 단 묶으며

둘만이 아는 시간을 엮어오셨는데

먼저 가는 걸음도

남은 마음도

헤아릴 수가 없네


오이밭 할아버지

하늘에서는 뭘 하실까?

거기서도 농사를 지으실까?

구름밭에 빗방울 씨앗을 심으실까?

아내가 보고픈 날 한 방울씩 흩뿌려 주실까?


당신들 밭을 지나노라면

곱게 웃어주시던 눈매 입매

생각이 난다

하늘에서 평안히

우리를 굽어보시며

손을 흔들며 환히 웃어주실 것만 같다

이 눈부신 가을 한낮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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