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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 여행자 Jul 25. 2021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는 길

샛길로빠지다, 천마총

내가 하는 말과 그 말들 사이의 침묵이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나를 직조한다.

내가 지나온 시간과 머물렀던 공간이,

내가 한 선택과 선택할 수 없었던 조건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내 운명이라는 천을 짠다.

건너뛰거나 놓친 부분은 돌이킬 수 없는 결함으로 남긴 채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이 모든 과정의 결과는 어떤 무늬가 될 것이지만,

그것이 어떤 그림이 될 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는 실타래를 가지고

나는 결국 미완성으로 끝날 이 일을 매순간 계속할 뿐이다.

- 안규철 '씨줄과 날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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