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로빠지다, 천마총
내가 하는 말과 그 말들 사이의 침묵이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나를 직조한다.
내가 지나온 시간과 머물렀던 공간이,
내가 한 선택과 선택할 수 없었던 조건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내 운명이라는 천을 짠다.
건너뛰거나 놓친 부분은 돌이킬 수 없는 결함으로 남긴 채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이 모든 과정의 결과는 어떤 무늬가 될 것이지만,
그것이 어떤 그림이 될 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는 실타래를 가지고
나는 결국 미완성으로 끝날 이 일을 매순간 계속할 뿐이다.
- 안규철 '씨줄과 날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