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모순

by PAPERFRAGMENT

나는 혼자 먹는 밥이 좋다. 음식을 씹는 능력이 남들보다 발달한 건지 속도가 빠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기 싫듯 천천히 먹으라고 하면 더 빨리 먹고 싶다. 음식을 대할 때 속도까지 생각하면서 먹어야 하는가? 비통하군. 그러다 보니 혼자 먹는 밥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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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이 나를 공허하게 만들까. 맛있는 식사는 그 자체로 맛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맛을 공유할 때 빛을 발한다. 첫 입을 먹고 서로 눈이 동그래지는 순간부터 입에 음식이 있는 채로 허버허버 대며 어떻게든 빨리 이 "맛있음"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그러한 모든 과정이 식사의 과정이다. 또한 음식이 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상대가 좋아한다면 나도 좋다고 느껴지는 일종의 배려의 순간도 있을 것이며, 배가 부르더라도 맛있는 다른 메뉴는 없는지 찾아보는 설렘의 순간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술까지 곁들여준다면 부러운 것 하나 없다. 하지만 혼자면 그런 순간이 없다. 혼자서 식당이나 술집을 가면 대부분 30분 안에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재미가 없다. 아무리 혼밥이 좋더라도 식당 옆자리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혼자 왔냐며 대화가 시작되는 그런 드라마 같은 상상은 수도 없이 하지만 성공 확률은 0에 수렴한다(슬프다). 그래도 사장님들은 항상 친절했다. 뛰어난 미각이 있는 것도 아니며 둔한 입맛에다가 빨리 먹는 성격까지 더해진 최고의 손님이니깐.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사장님들이 나에게 친절한 이유는 외모나 성격 따위가 아닌 빠른 회전율에 이바지하는 모습에 친절함을 베푸는 것이라고. 어쩌면 우스갯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혼자 먹는 밥이 좋지만(편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는 음식보다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음식이 맛있다는 건 맛을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탄생된다고 믿는다.


혼자 먹는 순간엔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전부 삭제된다. 그런 것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