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by PAPERFRAGMENT

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괜스레 읽었다. 평점 4.5... 4.0... 어떤 평점을 줘야 할지 손가락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은 건 책을 구매한 날과 같은 날이었다. 책을 읽게 된 것은 별생각 없이 지나간 북카페에서 "힙스터"인 척 분위기를 잡기 위해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으며, 인간실격이나 노르웨이의 숲 같은 것이 아닌 잘은 모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남다름을 과시하기 위함이랄까. 책이라는 것은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것 같다. "힙스터"의 좋은 면이라면 좋은 면일테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어지는 활자본의 부재가 우리에게 어떠한 감각과 교양을 심어주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어디서 읽은 글이지만 우리는 내면의 "힙스터"를 가지고 있다.

400페이지 넘는 책을 다 읽고 나니 허리에서는 납득 갈만한 통증이 느껴졌고 자연스레 신음소리가 나왔다. 4.0을 줘야 하는 이유와 4.5를 줘야 하는 이유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딱히 기준의 차이는 명확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엄청 신중하다. 문득 주인공의 처지가 나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음과 함께 바람을 쐬기 위해 카페에서 나왔고 책의 내용을 처음부터 사-악 상기해 본다. 언제나 그랬듯 벌써 내용은 흐릿해져가고 있다. 그렇게 4.5 버튼을 클릭한 후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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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다자키 쓰쿠루의 무리는 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학생들이었고, 각각의 이름에는 색깔이 들어가 있었다. 아카, 아오, 시로, 구로. 그리고 다자키 쓰쿠루. 그러던 어느 날 쓰쿠루는 완전히 배제되는 순간을 겪게 되고 시간이 지난 후 친구들을 찾아가 오해를 푸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름에 색깔이 없다는 단순한 사실이 그에게 어떠한 생각을 계속해서 불어넣게 하였다. 이 책에 나오는 ”쓰쿠루”(作る)라는 뜻은 한국어로 ’ 만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김보라, 강연두, 박하양, 정남 등 색채가 들어간 이름 사이에 "고제조"라는 이름이 껴있는 것이다. 얼마나 무책임한 이름인가. 정말 너무나 무책임하다, 인생이라는 것은.

책의 내용은 그것이 전부이다. 쓰쿠루가 색감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하지만 모든 이들은 쓰쿠루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게 쓰쿠루의 이야기다. (번외로 어머니께서 친구들은 짝수로 이루어지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그게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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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기름과 물처럼 혼자 둥둥 떠다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나는 스스로를 기름이라고 생각하였고, 그들은 맑은 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어떠한 빈틈이라도 보이면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쳤었다. 잘 모르는 분야여도 아는 척하려 했고, 공감하려 했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달랐던 걸까. 솔직하게 말하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기는 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어떠한 문장이 내 뇌를 스쳤다. "세상에 쓸모없는 색은 하나도 없다는 것"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색감이 없다고 표현하면 보통 하얀색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얀색은 그 무엇보다 깨끗한 색이고, 나답게 만들어주는 색이다. 순간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빨간 색감도 하얀색을 만나면 부드러운 분홍색이 되고, 슬피 우는 파란색도 하얀색을 만나면 시원한 하늘색을 보게 되는 것처럼. 쓰쿠루는 각자가 각자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쓰쿠루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던 것이다.


아까 얘기한 듯 "쓰쿠루"(作る)는 만들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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