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어떻게 소모하고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먼저 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나는 다섯 살 무렵, 새벽 다섯 시 즈음 온몸이 땀에 젖은 채 숨을 헐떡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꿈속에서 나는 어느 공중화장실 변기 앞에 서있다. 얼마 후 나는 변기 앞에서 마치 다이빙 선수처럼 정확하게 내 몸을 일자로 만든 후 점프를 뛰고 좁은 변기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 들어가게 되면 나는 어떠한 괴물들을 마주친다. 하늘은 갈색을 띤 분홍빛이었지만 절망적인 색감에 가까웠다. 그 괴물들은 나에게 불타고 있는 돌덩이들을 던지며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울며 도망간다. 곧 나는 던진 돌에 맞고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침대는 전부 젖어있었고, 그 조그만 몸으로 엄마를 깨우던 내 손가락의 감각을 기억한다. 지금은 친구들에게 가끔 우스갯소리처럼 꺼내지만, 그 꿈은 내 안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게 소모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엔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자양분으로 소모된다. 이미 다 소모해 버린 사람도 있고, 아직도 천천히 소모 중인 사람도 있다. 평생을 두고도 다 소모하지 못할 사람도 있다. 첫사랑은 나에게 ‘여성’이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함께 얼굴을 마주하며 조건 없이 서툴게 튀어나오는 감정을 서로 건강하게 주고받았고, 가장 서툴었던 사랑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나 완벽한 사랑이었다.
확실한 것은 '잊을 수 없다'라는 진리는 나를 괴롭게 하면서도 동시에 살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무언가를 잊을 수 없다는 것은 내 사고회로나 감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존재들은 나를 괴롭히며 내 곁을 맴돈다. 동시에 그 존재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소모하게 하여 나를 양지의 공간으로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잊을 수 없는 꿈은 상상력의 시작을 선물했으며,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은 여성이라는 존재를 알려주었고, 잊을 수 없는 이별은 시끄러운 고독을 알려주었다. 잊을 수 없는 나의 옛 친구는 존재의 이유를 알게 해 주었으며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여행은 내게 삶을 알려주었다.
세상은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넘쳐난다.